농성 53일째…‘미궁’에 빠진 이화여대 사태

입력 2016-09-18 15:02 수정 2016-09-18 17:28

18일로 농성 53일째를 맞고 있지만 ‘이대 사태'는 오해와 불신이 더해지며 점점 미궁에 빠지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8일에도 학생들은 이화여대 본관에 남아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본관 서문에 천막으로 마련된 ‘인증센터'에는 학생 3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출입하는 학생들의 학생증을 확인했다.
 지난 16일 농성 학생들은 학교 본부가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교수와 학생들을 고발한 권성희 변호사와 학생들이 보낸 공문을 공유하는 등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 법학과 출신 권성희(53·여·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는 지난 9일, 13일 이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회장 3인(김혜숙·정문종·정혜원)과 농성 학생 10명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차례로 고발한 바 있다. 권 변호사는 학생들이 업무방해·특수건조물퇴거불응·다중 위력강요미수의 불법행위를 했으며 비대위가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13일 오후 8시30분쯤 학생 측은 학교 본부에 문제의 ‘공문’을 보냈다. 권 변호사의 고발을 취소시키고,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한 혐의로 권 변호사를 고발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약 1시간 뒤 해당 공문이 권 변호사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됐다. 학생들은 “어떤 법적 책임도 학생들에게 묻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는 교수와 학생을 고발한 사람에게 공문을 공유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도 높여 비판했다. 
 학교 측은 “공문이 유출돼 매우 당혹스럽다”며 권 변호사와 어떤 공조관계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가 고발을 취소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4일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총장님께 보내는 공개 요구서'를 내고 최경희 총장에게 모든 공적 보고와 기록에서 ‘감금’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것을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재학생 행진 시위와 채플 피켓팅 시위 등 공동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