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추석 연휴 대권 레이스 불 지핀 반기문 총장, 가빠진 대선 레이스

입력 2016-09-18 16:00 수정 2016-09-18 16:02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추석 연휴기간 대권 레이스에 불을 지폈다. 여야 원내 지도부 앞에서 ‘내년 1월 중순 이전 귀국한다’는 구체적인 퇴임 후 일정을 밝히면서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귀국은 사실상 대권 레이스 시작을 알리는 총성인 셈이다.

 여권 잠룡들은 일단 “지금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며 ‘마이웨이’ 행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권 행보 고삐는 바짝 당길 태세다. 본격 경쟁이 시작되기 전 ‘한 자릿수’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조기 강판될 염려도 있다. 올 가을 ‘잠룡 대전’ 서막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반 총장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사무총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1월 중순 이전 한국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반 총장은 정 원내대표가 “귀국 후 국민께 크게 보고하는 자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런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며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에 반 총장의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 난제들이 많다.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 세대를 위해 써 달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라.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말한 김종필 전 총리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야권은 정 원내대표가 사실상 ‘반풍(潘風)’ 조성을 위한 지지 의사를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놨다.
 정 원내대표는 다만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 귀국 후 행보는 그 때 가봐야 파악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내년 일을 고민하는 듯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더민주 우 원내대표는 “(대권 출마 권유에) 안 하겠다는 말은 안 하시더라. 또 귀국해서 국민과 접촉을 세게 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결심을 굳힌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여권 잠룡들의 행보는 가빠지게 됐다. 반 총장 귀국 전까지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내 지지율을 끌어내야만 경쟁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 잠룡들의 보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 신분의 차기 대선주자들은 정기국회에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입을 열고, 법안 발의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구체화할 계획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의 지지율 독주가 계속될 경우 이른바 ‘제3지대론’을 필두로 한 정계개편 이슈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직력을 앞세운 친박(친박근혜)계가 반 총장과 합세할 경우 새누리당 대선 경선은 ‘하나 마나한 싸움’이 될 수 있고, 잠룡들이 ‘개헌’ 등을 발판삼아 제3지대 정당으로 헤쳐모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야권 비주류도 합류할 경우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