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1 야당 신임대표 “국적은 일본이지만 정체는 대만인”

입력 2016-09-17 17:59 수정 2016-09-18 13:57

일본의 스타 여성 정치인 렌호(蓮舫·49·사진)씨가 이중국적(대만+일본) 논란을 딛고 지난 15일 제1 야당 민진당 대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논란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본 주간포스트는 최신호에서 렌호 신임 대표의 극심한 말 바꾸기를 꼬집었다. 당 대표 선거과정에서 이중국적 문제가 불거지자 렌호는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TV뉴스 앵커 시절인 2000년 10월 인터뷰에서는 “국적에 모두 정체성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귀화했으므로 국적은 일본이지만 정체는 대만인”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재일한국인의 정체성은 대한민국이란 국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일(在日)’ 자체에 있어 매우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렌호 대표는 1967년 대만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985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그해 아버지와 함께 주일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를 찾아가 대만 국적포기를 신고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대만 국적법은 본인 의지로 국적을 상실할 수 있는 조건을 만 20세로 규정해 18세였던 렌호의 국적포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는 당원 서포터와 지방의원의 우편투표가 마감된 다음날인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만 당국에 확인한 결과 나의 대만 국적의 남아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죄했다. 투표 악영향을 최소화한 절묘한 타이밍에 이중국적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 국적법상 국회의원에 외국 국적자를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총리를 목표로 하는 야당 당수에 외국 국적자가 적합한지는 지적될 만한 문제다. 그럼에도 렌호에 필적할 스타가 없어 당 대표 선거는 판세 변동 없이 렌호의 승리로 끝났다.

그는 아오야마대 재학 시절 기업체 광고 모델을 거쳐 연예계에 데뷔했고, 민영방송 뉴스 앵커로 활동했다. 정계로 진출한 뒤 참의원으로 3차례 당선됐고, 민주당 정권 때 행정쇄신상을 지냈다. 1993년 저술가 무라타 노부유키(村田信之)와 결혼해 쌍둥이 자녀를 뒀다.

렌호 대표는 독특하게 이름만 쓴다. 17일 TV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대표 취임을 계기로 ‘무라타(남편 성) 렌호’라는 성명을 사용할 생각은 없나”고 묻자 “아버지의 성에서 어머니의 성, 그 후 남편의 성으로 바뀌는 가운데 계속 변하지 않은 것은 렌호라는 이름으로, 나에겐 참 소중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