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치료가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나"…中 '전통의학 논쟁'

입력 2016-09-17 13:09 수정 2016-09-17 13:14
쑤팅이 웨이보에 공개한 뜸 치료 장면.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 림프종에 걸린 중국 젊은 여배우의 죽음을 둘러싸고 중국 사회에 ‘전통의학 효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26살인 여배우는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뜸과 침술, 사혈(死血) 치료를 받다가 병이 점점 악화돼 지난 7일 끝내 숨졌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SNS)에선 “뜸과 사혈 치료가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전통의학이 ‘엉터리(가짜)’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5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중국 웨이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의 배우 쑤팅(26)은 지난 7월 비호지킨림프종이라는 악성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을 팬들에게 공개했다.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그녀는 “많은 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로 고통받지만 결국 죽음을 맞는다. 그래서 나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뜸과 침, 사혈 등 중국 전통의학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생전 쑤팅의 모습. 웨이보

 또 “항암 치료가 매우 고통스럽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이 죽음을 재촉할지도 모른다. 내 생명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여생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한다”고 웨이보에 썼다.
 그녀는 또 자신이 7자녀 대가족의 한명이며, 형제들의 교육비와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벌려 열심히 일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쑤팅은 지난 7일 오후 4시 20분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죽음은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웨이보에는 ‘쑤팅의 죽음과 중국 전통의학’ 이란 제목의 토픽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이 페이지에는 “쑤팅은 하늘에선 고통없이 살지도 모른다. 하늘에는 중국 전통의학의 실행자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그런 엉터리도 없을 것이다.”라고 써 중국 전통의학에 대한 네티즌들의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암 치료는 어렵기 때문에 쑤팅의 죽음을 중국 전통의학 탓으로만 돌려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베이징 이브닝뉴스의 한 기자는 “어떤 사람들은 중국 전통의학이 암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엉터리라고 말하는데, 이건 웃기는 논리다. 항암치료를 받고도 많은 환자들이 여전히 죽는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서양의학이 역시 엉터리라고 말할 건가?”라고 비판했다.
쑤팅이 뜸 치료를 받는 장면(왼쪽)과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웨이보

중국의과학원 펑리 박사는 “중국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의 조합이 암 치료를 돕는데 더 좋은 방법이다. 중국 의학도, 서양 의학도 단 한번만으로 암을 치료할 수 없다. 그렇듯이 중국과 서양의학간의 다학제적 치료가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 전통의학이 쑤팅에게 가장 좋은 치료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의 면역 시스템이 당시 나빴기 때문”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