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경제학자이다. 그가 1968년에 쓴 <아시아의 드라마(Asian Drama)>는 세계적인 명저로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깊은 영감과 교훈을 준다. 이 책에는 국빈론(國貧論, An inquiry into the poverty of Nations)이라는 부제(副題)가 붙어 있다. 이 부제가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준다.
이 책의 서두에서 이르기를 "한 나라가 가난해지는 것은 반드시 그럴 만한 원인이 있기에 가난해진다. 저절로 가난해지는 나라는 없다.“ 하였다. 그렇다면 한 나라가 가난해지는 원인이 무엇인가? 미르달 박사는 가난한 나라들 중에서 대표적인 인도, 파키스탄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빈국(貧國)들을 상세히 관찰한 결과 다음의 결론에 도달하였다.
"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가 되는 결정적인 원인은 자원의 빈곤이나 자본의 부족에 있지 않다. 불합리한 생활태도 때문이다. 결국 제도와 태도가 문제이다. 그러므로 빈곤에서 해방되는 길은 제도와 태도를 변혁시키는 데에 있다. 가난한 나라의 국민은 사회적 규율이 부족하고, 비합리와 비능률이 사고와 행동에 깊이 배어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고쳐지지 않는 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빈곤, 침체, 불평등과 같은 사회악은 국민의 사회적 규율 부족에 기인하므로, 사회제도와 국민의 생활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빈곤 해결의 길은 없다."
미르달은 경제에 작용하는 비경제적 요소를 중요시하여 불합리한 사회제도와 국민들의 그릇된 생활태도가 빈곤의 원인임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그의 <국빈론>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가난을 벗어나는 길의 첫째는 사회제도와 생활태도의 변혁이다.
2) 교육을 통하여 사회적 규율을 기르고 훈련시키는 것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일찌기 도산 안창호 선생은 모든 혁명에 앞서 인격혁명(人格革命)을 강조하였다. 국민 개개인의 건전한 인격 없이 부강한 나라를 세울 수 없고 번영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없다. 한 나라의 힘은 그 나라 국민의 도덕성과 인격의 건전함에 있다. 강이 그 수원(水原)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듯이 한 나라의 발전과 번영은 그 나라 국민의 정신적, 도덕적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나는 1971년 청계천 빈민촌으로 들어가 30대를 빈민선교로 보냈다. 그 시절 체험 속에서 나는 군나르 미르달의 지적에 100% 공감하였다. 청계천 빈민촌으로 들어와 살고 있는 주민들은 모두가 빈민촌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생활습관과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습관과 생활태도를 고치지 않고는 빈민촌을 벗어날 수 없음을 실감하였다. 지금 우리나라의 침체되어가는 분위기 역시 국민적 습관과 태도의 변혁 없이 극복될 수 없음 또한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