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주차 치료가 종료됐다. 처음 입원 한 달 내내 항암을 받고, 이후에 격주에 한번 씩 받았으니벌써 20차례 가까운 항암 치료를 받은 셈이다. 항암 독성 때문에 아이들은 치료가 진행될수록 힘들어한다.
잘 버티던 인영이도 이번 주 치료 때는 토도 몇 번 하고 엄마아빠한테 “이제 병원 좀 그만 가”라며 짜증도 냈다. 특히 이번 항암의 부작용은 심한 탈모현상이었다. 일주일 새 머리숱의 반이 없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베갯잇이 까매질 정도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맘때쯤 심한 탈모로 위생상 다시 머리를 박막 민다.
인영이도 병원 간 김에 이발소에서 밀어줄까 했는데 극구 거부한다. 인영이는 머리에 민감하다. 평소에도 “엄마, 아이야는 왜 머리가 없어?”라고 묻고, 자는 엄마의 머리를 자기처럼 자른다고 유아용 가위를 들고 나타나 엄마가 기겁하기도 했다. 아내가 위생상 문제가 없을까 걱정이 돼 교수님께 물어봤더니 본인이 싫어하면 굳이 밀어주지 말라고 해서 그냥 버티기로 했다.
주말에 다른 아이에게 꿀리지 않게 가발을 해줄까란 생각에 좀 알아봤더니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족히 100만원은 생각해야 했다. 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소아암 아이들에게 가발 지원을 해준다는 말을 들어서 알아봤는데 지원자격이 8세 이상부터였다. 오히려 8세 미만 아이들이 가발을 더 신기해하고 좋아할 거 같기도 한데 아쉬웠다.
그래서 가발 대신 인영이에게 제 2의 장난감 방을 만들어줬다. 서재로 쓰던 방에 컴퓨터를 마루로 빼고 소꿉놀이 방으로 꾸며줬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장난감(힘든 치료를 끝나고 나면 나도 모르게 “인영이 잘했어. 아빠가 장난감 사줄게.”라고 말하게 된다)에 기존 방은 포화상태였다. 인영이는 새로 꾸민 방이 마음에 드는지 거기서 나올 줄 모르고 놀았다. 머리는 빠져도 그 나이 때 방 2개 가진 아이는 많지 않을 거라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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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