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순방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북한 핵 문제는 제재와 압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KS 강당에서 특별 연설을 갖고 “북한 제재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에 맞게 탄력적인 접근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북 제재와 함께 관여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여전략은 적대국을 배척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정치·경제·사회 등 다방면으로 관계를 강화하여 체제 자체를 변화시켜 가는 개념이다.
정 의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나오게 된 과정·이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돌이켜 볼 때 이 정책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결과가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핵 문제는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북한은 외부에서 보기보다는 양호한 체제보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수백만의 아사자를 냈던 북한 체제가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 속에서도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왔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보리 결의 2270호도 대북제재와 동시에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며 “제재는 제재대로 지속하되 북한의 핵심 의사결정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외교의 역할을 강조하며 “북한 핵을 비롯하여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이 초래하는 안보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동북아 지역 역내국가, 특히 6자회담 당사국 의회간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울러 한미 동맹의 과제로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에 집중하여 굳건한 방어태세를 유지하는 것 △북한을 설득하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고 북한에 대한 관여전략을 시작하는 것 △통일 이후의 변화하는 한반도 상황과 세계 신질서를 염두에 두고 한미동맹을 한 차원 더 격상시키는 것 등을 제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