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얀마에 가한 경제제재를 추가 해제하고 무역 특혜를 복원키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이 같이 밝혔다.
오바마는 “(미얀마가) 놀랄만한 변화를 거뒀다”며 “미국은 이제 버마(미얀마)에 가했던 제재를 풀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버마 국민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버마 국민은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방식의 사업 활동으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재 해제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시일을 밝히지 않고 “조만간”이라고만 답했다.
또 오바마는 미얀마를 무역 특혜를 받는 개발도상국에 다시 포함하겠다고 덧붙였다. 미얀마는 관세 없이 5000여개 품목을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미국은 미얀마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사업에 1000만 달러(약 113억원) 상당을 지원하는 등 경제지원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도 미얀마에 경제적 손실을 끼쳤던 제재 조치를 거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안마도 새로운 투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며 “미국인도 미얀마에 와서 수익을 올리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얀마 내) 다양한 공동체를 화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미얀마에 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한 것은 아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군부의 자금줄이었던 무기거래 금지조치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미얀마의 군부독재 정권에게 민주주의 체제 확립을 요구하며 1980년대 말부터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2011년부터 미얀마 은행과 기업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여러 차례 제재를 풀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5월 미얀마 국영기업 7곳과 국영은행 3곳에 가한 금융거래, 투자, 무역금지 경제제재를 풀었다. 그러나 인권 침해나 북한과의 군사거래를 막기 위해 일부 제재는 그대로 뒀다.
한편 오바마는 수치에게 ‘다우 수(Daw Suu)’라는 존칭을 사용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냈다. 미얀마에서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수치를 ‘다우 아웅산 수치’라고 부른다.
수치의 미국 방문은 야당 의원 신분이던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3월 현직에 오른 뒤로는 처음이다. 오바마는 2012년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뒤 미국을 방문한 수치와 처음 만났다. 2014년에는 미얀마 방문길에 야당 지도자 였던 수치와 회동했다.
외국인 직계 가족을 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때문에 수치는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이라는 독특한 직책을 맡았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가 영국인 남편과 아들을 둔 수치를 겨냥해 헌법 조항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미국 방문으로 수치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