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리가형 난이도 조절해 변별력 갖춰야”

입력 2016-09-14 15:30 수정 2016-09-14 15:30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대학수학능력평가 수리가형 과목이 상위권 학생의 실력을 평가하는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고난이도 문제를 풀지 않고 답을 고를 수 있는 ‘편법’으로 상위권에서 고득점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등급컷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준학원의 윤여필 원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일 치러진 평가원 모의고사 가채점 결과 수리가형의 1등급 컷이 96점, 2등급 컷이 92점, 3등급 컷이 88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문제만 실수로 틀리면 등급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자연계열 학생 20만명 가량이 응시하는 수리가형은 보통 객관식 마지막 문제인 21번과 주관식 마지막 두 문제인 29번, 30번 문제가 어렵게 나온다. 이 3문제로 시험의 변별력이 나타나는데 상위권 학생들은 풀지 않고 ‘찍어서’ 맞출 수 있다”며 “지난 6월과 이번 9월 평가원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오지선다형인 수리가형 객관식 21문제의 답은 1~5번이 고르게 분포된다. 4개의 선택지가 각각 4개씩 나오고 하나의 선택지만 5개가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번부터 20번까지 문제를 풀고 답의 개수를 세어 3개만 나온 선택지가 있다면 그 선택지가 21번의 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수리가형 21번 문제의 답은 1이었다. 1~20번까지 1번이 답인 문제는 3개뿐이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수리가형에서는 1~20번까지 5개의 선택지가 4개씩 고르게 나왔고 21번 문제의 답은 3이었다. 윤 원장은 “14번부터 20번까지 선택지 3이 답인 문제가 없었다. 평가원이 한 번호로 찍는 학생들이 고득점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 답을 고르게 섞는 것을 고려하면 3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었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풀지 않고 3을 골라 맞췄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주관식 고난이도 문제도 ‘찍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주관식 고난이도 문제는 미지수를 구해 양수를 곱한 수치를 구하는 문제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답은 양수의 약수 가운데 하나”라며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수리가형 고난이도 문제 가운데 하나인 29번 문제도 미지수 2개를 구해야 풀 수 있는 ‘36(a+b)'의 값을 구하는 문제였고 답은 36의 약수 중 하나인 12였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과 평가원 모의고사 주관식 답 가운데 가장 잦은 빈도로 나온 답이 12다. 상위권 학생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찍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수리가형이 상위권 변별력을 잃고 등급컷이 올라갔기 때문에 재수생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능의 비중이 높고 등급이 아닌 표준점수로 평가하는 정시에는 상관없지만, 최저등급 기준을 적용하는 수시에서는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 등급이 낮아지면 수시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 197곳은 전체모집 인원의 70.5%를 선발한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