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 연극이야기] 44.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로 ‘길 떠나는 가족’

입력 2016-09-13 16:46
연희단거리패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김의경 작, 이윤택 연출의 대표작품 <길 떠나는 가족>들과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로 길을 떠난다.

 1992년도에 이윤택 연출가는 이 작품을 들고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해 14회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하면서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작품이 됐다.

 초연(初演)에는 이중섭 역을 배우 김갑수가 맡았다. 작가 내면의 고뇌와 집념을 그려냈고, 23년 후인 2014년도에 명동예술극장으로 부활한 ‘길 떠나는 가족’을 배우 지현준이 이끌면서 작가의 세계를 입체감 있는 무대로 부활시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2016년 3월 제 15회 콜롬비아 ‘이베로아메리카노 연극페스티발’에 참가한 이작품은 국내 대표적인 연출가인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의 시선으로 채워진 채 한국적인 색감과 무대로 도려낸 입체적인 무대는 천재화가 이중섭의 세계를 화폭의 입체적인 풍경으로 도려냈다.

 작가의 평전적 삶과 아름다운 동화적 그림세계를 무대로 채색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가의 대표작품 ‘흰 소’를 재현해 내는 배우 윤정섭의 탁월한 집중력은 초월적인 몰입을 들어낸다.  
 ‘흰 소’는 우리 농촌의 들판을 우직하게 달리고, 우리네 삶을 지켜내려는 민족애의 혼이다. 환쟁이의 가슴으로 부활하는 작가의 뜨거운 내면과 고독은 시대의 역사적 폭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직하고 강렬한 민족의 ‘흰 소’다.

 이번에 홍대로 길을 떠나는 이중섭의 가족은 배우들의 탁월한 기량도 뜨겁다. 배우 윤정섭은 콜롬비아 무대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대구, 밀양, 대전, 제주 공연을 거치면서 <길 떠나는 가족>을 품어대는 내면은 더욱 완숙되고 깊이는 커졌다. 

 천재 화가의 고단한 내면을 품기 위한 배우로써 치열한 사투는 몸무게 5키로가 감량됐을 정도다. 이번 무대에서도 윤정섭이 직접 재현해 내는 이중섭 그림의 맛과 연기의 폭은 신뢰를 준다.

 또한, 대표적인 연희단 거리패 배우 김소희 대표가 이중섭 작가의 노모(어머니)로 출연하면서 더욱 성숙된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을 그려낸다.

 이 밖에도 2015년도 백석우화로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과 대한민국 연극상 연기상을 받은 배우 오동식과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들이 총 출동된 탁월한 앙상블 연기로 표현되는 이번 무대는 더욱 특별해진 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로 길을 떠난다.

 9월 25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올려지는 <길 떠나는 가족>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연극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알고 싶은 초·중·고생들 비롯해 일반관객들도 꼭 볼만한 작품이다. 

 올해가 천재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이지만 여전히 이중섭 작가의 내면은 100년이 지나도 유효한 채 무대에서 살아 숨을 쉬어가고 있고 연출가 이윤택은 여전히 충격적인 작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