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아버지가 아이스바가 담겨 있는 냉동 리어카를 밀고 있습니다. 허리가 굽은 것인지 고개를 숙인 것인지, 아니면 슬픈 생각이 떠오른 것인지 할아버지의 시선은 발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요엘(Joel Cervantas Macias)이라는 남성은 며칠 전 차를 몰고 시내를 지나다가 이 할아버지를 목격하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89세의 할아버지에게서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매일 냉동 리어카를 몰고 다니며 아이스바를 팔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최근 외동딸을 잃은 할아버지가 아내와 함께 상심하고 있다는 사연도 함께 들었습니다.
요엘은 아이스바 20개를 사고 50달러를 지불한 뒤 떠나는 할아버지의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이 사진을 올리고 기부 사이트(GoFundMe)에서 이 할아버지의 휴식을 위한 기부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요엘의 목표액은 3000 달러(한화 약 334만원)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참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13일 오후 2시(한국시간) 현재 1만1000명 이상이 기부에 참여했고 모금액은 24만 달러(한화 약 2억 6700만원)를 넘었습니다. 요엘은 많은 이들이 기부에 참여해 큰 금액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할아버지에게 전달했고 할아버지는 고맙고 감격스러운 나머지 아내와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