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1978년 관측 이래 한반도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인 5.8 지진에 전국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전국에서 감지될 정도로 초유의 강진에 경북 지역 등에서는 부상자와 건물 붕괴 피해 등이 발생했고 시민들은 건물 밖으로 뛰어나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본 규슈지역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될 정도였다.
기상청은 12일 “오후 8시32분54초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하 12㎞ 지점(진앙지 내남면 부지리 내남초등학교 부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후 2.0~3.0 규모의 여진이 오후 11시30분 현재 68회 이어졌다. 48분 전인 오후 7시44분쯤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두 번 발생한 것은 최초”라고 밝혔다.
규모 5.8은 기상청의 계기지진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다. 이전에는 1978년 경북 상주시 북서쪽 32㎞ 지역과 2004년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7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2가 가장 컸다. 북한의 경우 1980년 북한 평안북도 삭주 남남서쪽 20㎞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3이 최고다.
이날 지진은 경주·울산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국내 최고(最高) 롯데월드타워(123층·555m)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고, 80층짜리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이 몰려있는 해운대 마린시티에서도 건물이 흔들렸다는 신고가 폭주했다.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78층에 사는 김모씨는 “10초가량 바닥이 덜덜덜하면서 식탁 위에 있는 등이 흔들거려 급히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었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도 속출했다. 경주시 건천읍에서는 사찰 건물이 일부 무너졌고, 울산에서는 LNG복합 화력 4호기가 가동을 중지했다. 부산 서구 부민동의 아파트에서는 3층 유리창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휴대전화가 걸리지 않고 카카오톡 전송이 일시 중단되는 등의 통신장애도 발생했다.
국민안전처는 지진 발생 즉시 방송사에 재난방송을 요청했고 8분여만인 오후 7시52분 부산, 대구, 울산,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CBS)를 발송했다. 안전처는 오후 11시20분 기준으로 지진 관련 전국에서 4만9079건이 신고됐고 부상자 6명(경북 3, 대구 2, 전남 1), 건물 균열, TV엎어짐, 수도관 파열, 변압기 정지 등 98건의 피해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홍태경 교수는 “올해 들어 지진 발생 빈도가 늘었으며, 향후 더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긴급 보고를 받은 뒤 “국민 불안 해소와 피해규모 파악 등 대책에 만전을 기하라”며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시설의 안전 확인에 만반의 대책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12일 오후 10시 15분을 지진에 따른 대응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임주언 기자, 전국종합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