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의 슬픈 자화상… ‘이혼’ 급증, ‘일부다처제’ 유행

입력 2016-09-12 18:23 수정 2016-09-13 12:26
투항한 시리아 반군 청년들이 11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의 기차 안에서 철수를 기다리고 있다. 신화뉴시스

5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으로 이혼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비가 붕괴되면서 일부다처제도 유행하고 있다.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정부 통계를 인용, 시리아에서 이혼이 2010년 5318건에서 지난해 7000건으로 25%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내전으로 고향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이주에 따른 입장차가 이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종교법원에서 이혼재판을 전담하는 마흐무드 알말라위 판사는 “부부 중 한 명은 이민을 가고 싶어 하고, 다른 한 명은 가족과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이민을 주저해 갈등이 생긴다”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이주한 남편이 다른 여성을 만나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시리아에 남은 부인이 재혼을 위해 이혼을 청구하기도 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시리아 법은 최소 1년 이상 남편의 부재를 증명하면 이혼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한다. 내전으로 경제가 악화돼 가난에 시달리다 이혼 도장을 찍는 사례도 조사됐다.

내전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 많아지면서 일부다처제도 유행하고 있다. 과부가 된 여성은 누군가의 둘째, 셋째 부인이 된다. 수입이 변변찮은 여성은 혼자 자녀를 양육하는 것보다 다른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일부다처제 비율은 2010년 5%에서 지난해 30%로 크게 늘었다. 수니파 무슬림은 모든 부인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전제 아래 4명까지 부인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관습이 거의 사라졌다. 많은 국가에서 중혼을 금지하고 있다.

다마스쿠스에 사는 한 여성은 AF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이 사망한 뒤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사촌이 결혼하자고 제안했는데 사촌의 아내가 친구였다. 결정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같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2011년 3월 발발한 시리아 내전으로 여태껏 29만명이 숨졌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