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표맥주 ‘대동강’을 마신 영국 BBC방송의 스티븐 에번스 특파원은 시음 노트에 적었다. “영국 맥주에 익숙한 내 입맛에는 따분한 맛”이라고.
에번스 특파원은 지난달 평양 대동강변에서 열린 ‘평양대동강 맥주축전’에 초청받지 못하자 중국 베이징으로 가 대동강 맥주를 마신 뒤 11일(현지시간) 시음기를 기사로 냈다.
그는 “북한의 맥주 제조시설이 월트셔 토브리지의 어셔스 양조장 설비인 영국산인데도 영국식 에일 대신 페일 라거를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에번스는 맥주를 마시면서 TV에 나오는 방송내용도 소개했다. 화면에 등장한 북한 아나운서는 평양 맥주축제를 소개하면서 “행복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시민의 삶을 보여주는 이곳은 파라다이스이자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주의 국가”라고 했다.
에번스는 이전에도 북한 맥주를 마신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평양의 한 술집에서 맥주를 마셨던 기억을 더듬으며 “가장자리 이가 빠진 잼통 같은 항아리에서 따른 맥주는 거친 느낌이었고 다양한 느낌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에번스는 북한과 한국의 맥주도 비교했다. 그는 최근 서울에서 비싼 수제맥주가 유행한다고 걱정하면서 “한국의 맥주회사는 이미 호주와 홍콩에 퀸즈 에일을 수출한다. 맥주시장에 거대한 다양성 바람이 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대동강맥주가 새롭고 이국적인 맥주에 관심을 보이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행을 쫓는 사람이 언젠가 머리에 상투를 틀고 대동강맥주를 홀짝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북한에 궁금증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대동강맥주를 품평하고 토론하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고 웃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