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해군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 부산에 건립

입력 2016-09-12 15:47
6·25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에서 전사한 ‘문산호’ 선원 11명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가 부산에 세워졌다.

해군작전사령부(사령관 이기식 중장)는 12일 오후 부산 영도구 동삼동 순직선원위령탑에서 문산호 전사자 기념식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제막식은 문산호 전사자 유가족과 해군 장병, 예비역단체, 해양수산부·부산시·영도구·부산보훈청·해상노동조합 관계자, 6·25전쟁 참전용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비는 가로 135㎝, 세로 60㎝, 높이 145㎝의 크기에 앞면에는 문산호와 선원들의 공적과 문산호가 파도를 헤치며 장사상륙작전을 하는 모습을 홍동부조로 새겨 넣었으며, 뒷면에는 최영섭 해양소년단 고문의 헌시가 새겨졌다.

6·25전쟁 당시 백두산함 갑판사관으로 문산호와 함께 여수철수작전에 참가했던 최 고문은 “여수철수작전 당시 우리 국군의 마지막 한 명이 배에 탈 때까지 빗발치는 적의 포탄 속에서도 배를 출항시키지 않았던 황재중 선장을 비롯한 문산호 선원들의 용맹한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며 “이번 기념비 건립은 장병과 국민들은 물론, 전시에 제4의 군으로서 상륙작전·물자수송작전 등에 참가하는 해운업 종사자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산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서 건조한 상륙함으로, 1947년 2월 한국 정부에 매각돼 대한해운공사에서 물자 수송선으로 운영됐다.

이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석탄 적재를 위해 강원도 묵호항에 있던 문산호와 선원들은 해군에 동원돼 해군묵호경비사령부 장병과 군인 가족을 이송했고, 1950년 7월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과 함께 여수철수작전에 참가해 적 포격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600여 명의 우리 육군병력과 물자를 안전하게 철수시켰다.

문산호는 이후 적에게 인천상륙작전을 기만하고 북한 2군단의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한 장사상륙작전에 참가했다. 

1953년 9월 14일 학도병 등으로 이뤄진 유격대원 772여명을 태우고 부산항을 출항한 문산호는 태풍을 만나 9월 15일 포항 장사동 해안 30여m를 앞둔 지점에서 좌초됐고, 유격대원들과 황재준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적 총격과 풍랑을 뚫고 상륙에 성공해 적과 교전을 벌여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기여했다.

이 전투에서 황재중 문산호 선장과 선원 11명을 포함해 아군 139명이 전사했다. 당시 북한 평양방송은 아군 2개 연대가 동해안으로 상륙했다고 보도했을 정도로 장사상륙작전은 북한군의 주위를 분산시키며 작전의 목적을 달성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