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덕혜옹주’ OST 허진설 “가장 외로울 때 주님이 주신 곡” …스타인헤븐

입력 2016-09-12 11:03 수정 2016-09-12 13:50
성악가, 팝페라가수 허진설


손예진 박해일 주연의 영화 ‘덕혜옹주’가 5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의 흥행으로 역사 속에 잊혀진 인물인 덕혜옹주의 삶에 대해 재조명된 계기가 됐다. 더불어 소설 ‘덕혜옹주’의 OST ‘덕혜옹주’(부제: 눈물꽃)도 회자되고 있다. 2010년 5월 발매된 이 곡은 소프라노 허진설이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직접 작사와 작곡, 가창까지 한 곡이다.

허진설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연히 소설책을 읽게 됐다”며 “역사에 조회가 깊은 사람이 아닌데 그 책은 단숨에 읽혀졌다. 두꺼운 책인데도 한 번에 다 읽었다. 먹먹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명성황후에 대해서는 많이 조명되었만 덕혜옹주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았잖아요. 소설을 보고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어요. 음악을 통해서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멜로디가 떠올랐습니다. 새벽 4시 녹음기에 멜로디를 허밍으로 녹음하고 가사를 적어뒀어요. 다음날 작업실에 가서 멜로디와 가사를 정리했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괜찮다는 평을 들어서 발매까지 됐습니다.”

소설의 OST를 만든 인연으로 허진설은 권비영 작가와 직접 만나게 됐다. 작가를 통해서도 호평을 받았다.

허진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체 수석 합격을 하고 이후 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 석사를 마쳤다. 1999년 KBS 신인음악콩쿠르 1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맡기도 했다.

2011년에는 CCM 앨범 ‘하루’, 클래식 크로스오버 ‘쉬어갈 때’를 발매했다. 지금은 성악을 기반으로한 크로스오버 팝페라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필모그래피만 봤을 때는 성악에서부터 크로스오버 가수까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버지와 주변의 반대가 컸다. 전통 클래식, 성악을 계속하라는 주변의 냉랭한 시선이 있었다.

그는 “‘덕혜옹주’ OST를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다”며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많이 됐다. 남편도 반대를 했다. 엄한 걸 왜 하냐, 하던 거나 열심히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으신 아버지의 반대도 컸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반대를 응원과 지지로 돌리게 된 계기가 ‘덕혜옹주’ OST였다. “음반을 다 만들었는데 아버지 앞에 가져드릴 용기가 없어서 어머니께 드렸어요. 어머니가 아버지 서재에 음반을 올려두셨고 아버지가 우연히 듣게 되셨죠. 아버지는 덕혜옹주에 대한 스토리를 다 알고 계셨는데 음악을 듣고 눈물이 났다고 하셨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덕혜옹주의 삶이 스쳐지나갔다고요. ‘네가 말한 크로스오버가 이런 것이었다면 너를 지지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너무 기뻤고. 큰 힘이 됐습니다. 제 인생에 이 OST는 특별한 의미에요.”

음악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곡이 6년 만에 세상에 알려져 회자되고 있다. 감회가 남다를 법했다. “개인적으로 외로울 때 만든 곡이고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곡이니 사장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근데 6년 만에 영화가 극장에 걸리고 제 곡도 조명 받게 되다니 하나님의 일하심이 놀랍기만 해요.”

크리스천인 허진설(영훈오륜교회)은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CCM 찬양’ 과목을 맡아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하나님 한예종만 입학하게 해주시면 찬양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는데 대학에 입학하고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CCM 앨범을 내게 하셨고 지금은 ‘CCM 찬양’을 가르치고 있네요. 하나님이 저의 기도를 잊지 않고 인도해주신 것 같아요.”

그는 올해 이태리국립음악원 성악 최고위(연주자)과정에 입학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며 “소프라노 허진설, 가수 허진설 등의 타이틀이 아닌 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다. 드라마든 영화든 영상물과 함께 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싶다. 크리스천 아티스트로 더 영향력이 있고 싶고 제자들도 잘 키워내고 싶다”고 전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