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인근에 위치한 프레시디오 국립공원은 1846년부터 148년간 미군 훈련시설로 활용됐던 곳이다.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군들도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마친 미군들은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출발해 금문교를 지나 태평양 너머 한국으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한국 전쟁 참전을 위해 미국 군인들이 떠나고 돌아온 곳이어서 우리나라에겐 각별한 곳이다. 프레시디오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미국 국립묘지에는 현재 한국전쟁 참전용사 2273명이 잠들어 있다. 맞은편에는 지난달 1일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가 건립됐다.
북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현지시간) 한국 고위직 인사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이날 행사에는 기념비 건립을 추진한 참전용사 출신인 쿠엔틴 콥 샌프란시스코 한국전쟁기념재단 회장과 김만종 부회장, 존 스티븐스 사무총장 등이 동행했다. 스티븐스(94) 사무총장은 미 해병대 출신으로 6·25 전쟁에 참전, 혹독한 추위 속에 장진호 전투를 벌이다 동상을 입어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박 시장은 참전용사들과 함께 기념비를 비롯해 서울시에서 기증한 돌과 6·25 전쟁의 발발 및 진행경과, 주요 전투모습과 미군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알리는 안내 패널을 둘러봤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시청 서소문별관 정원에 있는 자연석을 채석해 참전비 건립사업의 기념석으로 기증했다. 이 기념석은 9·28 서울수복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념비 맞은편에 놓여져 있다.
박 시장은 “이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피의 동맹에 기초해 있고 나아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기 때문에 단순한 국가 간 외교관계를 넘어 국민간의 영원한 우호와 동맹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굉장히 엄중한 사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개발, 핵무기는 한반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유린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기반해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 북한 핵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원천적 노력도 함께 기울여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오는 28일 서울 수복 기념행사를 해병전우회와 함께 진행하고, 미국을 비롯한 6·25 전쟁 유엔 참전국 참전용사들을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