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커지는 핵무장 강경론

입력 2016-09-11 16:51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발 이후 여권 잠룡이나 중진들이 앞장서 핵무장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척되면서 기존 대응의 한계론이 대두되자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중요 국방 정책을 대권 주자들이 프레임 선점용 공약으로 꺼내들어 안보이슈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원유철 의원은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로 북한의 위협은 현실적 위기로 다가왔다”며 “보여주기식 방위가 아니라 실질적 차원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핵무장론을 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핵무기를 최소한 북한의 2배 이상 규모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지난 9일 “핵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보유 밖에 없다”며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수준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원 의원이 주도한 ‘북핵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일명 핵 포럼)은 12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북핵 도발 대응책을 논의하고 공동성명도 발표할 계획이다. 포럼에는 같은 당 의원 23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핵무장론에 가세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북핵을 저지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은 다 실패로 돌아갔다”며 “핵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핵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법론으로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든, 우리 스스로가 핵무장을 추진하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대통령과 여야 정당은 힘을 합쳐 단호하고 통일된 대안을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정훈 의원도 “한·미 원자력협정을 다시 협상해 마음만 먹으면 1∼2개월 안에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자체 핵무장 대신 미군의 전술 핵무기 한반도 배치를 촉구했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관계없는 미국과의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등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지난달 “군 당국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북한의 SLBM 발사를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자체 핵무장은 다만 NPT 체제의 국제질서상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 입장이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일본의 핵무장 명분이 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여권 잠룡들이 보수 지지층 결집 차원에서 강력한 안보 공약을 내세워 어젠더를 선점하려는 목적이 강하다”며 “주목도를 끌 수 있지만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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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