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달라졌다... 2골 1도움으로 주전경쟁 청신호

입력 2016-09-11 16:11
사진=AP뉴시스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은 최근 표정이 어두웠다. 온두라스와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전에서 패한 뒤 오열했다. 자신의 패스미스가 패인이라고 자책했다.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 나서 한국의 3대 2 신승에 힘을 보탰지만 골 맛을 보진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이적설에도 시달렸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토트넘으로 돌아간 그를 맞은 건 새로운 경쟁자들인 무사 시소코(27)와 조르주 케빈 은쿠두(21)였다. 위기를 맞은 손흥민은 흔들리지 않고 더 강해졌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2골을 터뜨렸다. 도움도 1개 올렸다. 자신의 단점을 슬기롭게 보완한 덕분이다. 손흥민은 10일(현지시간) 영국 스토크온트렌트베트365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시티와의 2016-2017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토트넘의 4대 0 완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3경기를 치렀지만 손흥민은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1, 2라운드는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느라 출전하지 못했다. 리버풀과의 3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복귀한 손흥민은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뛰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 대신 신예 조쉬 오노마(19)를 택했다. 이적설의 영향이 컸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주전 경쟁이 더 심해진 상황에서 과감한 모험을 택한 것이다.
 손흥민의 스토크시티전 선발 출전은 사실 행운이었다. 중국전을 치른 뒤 복귀한 손흥민은 체력을 충분히 비축했다. 그동안 손흥민의 경쟁자들은 A매치를 치르고 왔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손흥민은 스토크시티전에서 왼쪽 날개로 출격했다. 최전방엔 해리 케인(23), 중앙엔 델레 알리(20), 오른쪽엔 크리스티안 에릭센(24)이 섰다. 손흥민은 틈만 나면 빈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원하던 움직임이었다. 토트넘의 공격 패턴은 비교적 단순하다. 알리와 에릭센이 공격을 전개하고, 최전방에서 케인이 마무리하는 것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 뒤를 받치는 2선 공격수들이 다양하게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역습 상황에서 직선적인 움직임에 능한 손흥민은 지난 시즌 공간 활용과 위치 선정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은 스토크시티전 전반 41분 공간 활용으로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에릭센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자 손흥민은 텅 빈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어 에릭센이 낮게 깔아준 크로스를 왼발로 방향만 바꿔 골문을 열었다. 후반 11분 터진 손흥민은 두 번째 골도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은 역습 때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날렸다. 절묘한 감아차기였다. 손흥민은 후반 25분엔 어시스트 능력도 뽐냈다. 왼쪽 엔드라인 앞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은 반대편에 있던 해리 케인에게 땅볼 패스를 찔러 줘 토트넘의 4번째 골을 도왔다.
 놀라운 골 결정력을 펼쳐 보인 손흥민은 팀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볼 터치 57회, 패스 성공률 86.5%를 기록했다. 영국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9.3점을 줬다. 이날 경기에 나선 22명 중 평점 9점을 넘긴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멀티골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전 경쟁의 청신호를 밝힌 손흥민은 경기 후 “이번 시즌 첫 경기를 뛰었는데 (두 골을 넣어) 매우 기쁘다”며 “나는 에릭센의 패스에 발만 갖다 댔다. 에릭센의 패스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고 공을 돌렸다.
 포체티노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의 활약에 행복하다. 그는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선수이고 우리 팀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다. 손흥민이 필요한 많은 경기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팀은 스토크시티전 초반에 느슨한 모습을 보여 다소 걱정됐다. 하지만 손흥민의 선제골 이후 우리 선수들이 깨어났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손흥민의 선제골이 대승의 원동력이었음을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