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나는 ‘일을 이루는 리더십’”

입력 2016-09-11 12:00 수정 2016-09-11 12:00
북미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동행 취재하면서 인터뷰와 간담회 등을 통해 그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많은 대화를 나눠어본 결과 박 시장은 공식적인 대선출마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출마를 결심했으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정 구상에 착수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시장은 9일 캐나다 몬트리올 공항에서 동행 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일을 이루는 리더십’으로 설명했다.
그는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의 진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과거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때로는 도덕적 권위로 제압하고 끌고 가서 최종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상적 담론이나 큰 소리만 치는 과거의 카리스마 리더십보다는 실용적이고 소통하며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소통, 실용,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최근 정치인들의 잇따른 대권도전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대선 등 선거과정이이 후보자의 시간표에 따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시간표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후보자들이 자기 시간표에 따라 내용도 없이, 시대에 대한 고민과 비전도 없이 자가발전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우리 시대의 엄중함과 국민들의 상황에 바로 답하는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와 함께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데 구태의연한 정치마당에서 과거에 익숙한 자세와 생각, 비전으로는 안된다”며 “시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력 정치인들의 경마식 대권도전 선언과 차별화해 우리나라의 룰을 바꿀 수 있는 분명한 비전과 의지를 담아 적절한 시점에 대권도전을 선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나 룰을 만드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에 정치가 답”이라며 “서울시장하면서 5년간 가능하면 중앙정부와 협력하고 사회적 갈등을 소리없이 확실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워낙 생각하는 방향과 비전이 다르니까 큰 절망이 쌓였다”고 토로했다.

박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비판했다. 그는 “격차의 대물림으로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이 ‘헬 조선’이라고 안 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일부 비관론자의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수당을 가지고 새누리당 대표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라며 “청년을 돕기 위해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에 가보면 금방 지지할 만한 것을 당파적 관점에서 공격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울시의 청년수당에 대해 ‘인기영합용 무상복지’라고 비난했다.

박 시장은 “다음 정부는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시민의 정부’가 돼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새로운 룰과 규칙을 만드는데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민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고 이를 토대로 시민의 정부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순방기간 미국 뉴욕에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와 만나 사회 불평등 해법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책(불평등의 대가)을 정독하고 실제 만나보니 세상의 그 어떤 누구를 만난 것보다 행복하고 만족했다. 절망의 원천을 해결하는 길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스티글리츠 교수를 만나) 전율을 느꼈다”며 “그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도 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를 저술했으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위한 정책제안서에 해당하는 ‘Rewrting the rules of The American Economy(미국 경제의 룰 다시 쓰기)’를 최근 펴냈다. 박 시장은 “한국의 경제학자나 전공자로 팀을 꾸려 스티글리츠 교수 저작과 한국 현실을 접합해 패키지 해결정책을 담은 청사진을 만들자고 제안해 승낙을 받았다”며 “대단한 합의”라고 자평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를 통해 미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 경제격차 현상이 구조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시장과 정부, 시장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박 시장은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공공자원을 투입해 절망의 악순환을 희망의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다”며 큰 정부와 공공성의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대공황 직전의 상황”이라며 “루스벨트 대통령이 고장난 자본주의를 본 궤도에 올렸듯이 비상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사회적경제에 대해 한국에서는 이념적 지향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나 좌파 이념이 아니고 우리 시대가 닥치고 있는 불균형, 불평등, 불공정사회를 야기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정치적 리더가 세계의 큰 변화 속에 이슈를 잡아서 선점하고 이렇게 큰 기구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아내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의 주도로 2013년 서울에서 8개 도시와 9개 사회적경제단체가 모여 ‘서울선언문’을 채택한 데 이어 2014년 13개국 19개 도시 44개 단체 3개 국제기구가 서울에서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를 창립했다. 박 시장은 2014년부터 2년간 GSEF를 대표하고 총회를 주재해 왔으며 7~9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GSEF 총회에서 사회적경제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위해 향후 2년간 의장도시 및 공동의장을 연임하기로 했다.

몬트리올=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