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투자사의 외형을 갖춘 다음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접근해 14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주사 K파트너스 대표이사 손모(41)씨와 상무 장모(35)씨, K에셋 대표 이모(48)씨, 시행사 법인 K사 대표 송모(48)씨, I뱅크 대표 조모(35)씨 등 5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와 함께 G홀딩스 대표 김모(35)씨와 직접 투자자 모집에 나섰던 보험 설계사 강모(39)씨 등 6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0배 이상의 수익과 원금 전액을 보장한다며 4721명으로부터 1350억원 상당을 투자받은 뒤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K파트너스를 지주사로 K에셋, G홀딩스, I뱅크라는 여러 독립법인을 만들어 금융네트워크로 연결된 종합금융투자사인 것처럼 외형을 갖춰 범행을 저질렀다.
시행사 법인인 K사 소속 보험설계사들을 통해 에티오피아 원두농장과 중국 웨딩사업, 상장사 전환사채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10배 이상의 고배당 이자와 원금 전액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이후 수당과 원금을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 방법으로 지급하면서 규모를 늘리던 중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돌려막기는 일명 '폰지사기'라고 불리는 수법이다. 1920년 미국에서 찰스 폰지라는 사람이 벌였던 사기 수법에서 유래됐다.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은 뒤 투자된 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을 말한다.
K파트너스의 실 운영자인 대표이사 손씨와 상무 장씨, K에셋 대표 이씨, 시행사 법인 K사 대표 송씨 등은 강남 고급 오피스텔을 빌려 보험설계사들에게 높은 판매 수당을 지급하며 가짜 투자상품 판매를 지시했다.
보험설계사들은 실제 보험 판매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다. 돈 많은 보험 고객 등에 접근해 강남의 최고급 펜트하우스를 빌려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투자자를 유치하면 손씨 등으로부터 투자금액의 9~12% 수당을 받았다. 보험상품 가입고객을 유치했을 때보다 투자자 유치시 수익률이 훨씬 높아 이러한 범행에 현혹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자신들의 명의로 지주사인 K파트너스와 계열사 K에셋, K홀딩스 등 금융업 유사 상호를 써가며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고 수당을 받은 한 대리점은 기간 내 120억 상당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고 개인 보험설계사는 최소 몇십만원부터 최대 60억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 상품 판매 수당은 일정기간 경과 후 보험사에서 더 이상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해약하더라도 설계사에게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사 특성상 설계사는 영업에 따른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라며 "영업력 있는 설계사들에게 의존하는 실정이라 개인사업자 형태에 가깝다. 이들이 보유한 고객신용정보 등을 용도 외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 보안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이명희 온라인뉴스부장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