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한진해운 직원들이 쓴 글… 최은영 눈물보다 감동적이었다

입력 2016-09-10 00:01

한진해운 직원들이 직접나서 국민들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글에는 “60년 동안 수송보국의 일념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묵묵히 임했다”면서도 “해상직원들은 식수가 부족해 구호가 시급하고, 해외 주재원 및 가족은 신변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청문회에 출석해 눈물을 보였지만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던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보다 임직원들의 절실함이 더욱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다음 ID ‘한진해운’은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한진해운 직원들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청원을 9일 남겼다. 청원은 한진해운 전 직원 1400여명 중 1000여명의 뜻을 모아 작성된 글로 알려졌다. 청원은 “물류대란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고객과 협력사, 관계 기관,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면서도 “물류 대란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추가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지지와 지원을 촉구했다.


청원에는 “법정 관리 이후 해상 직원들은 식수가 부족해 구호가 시급한 상황이며, 해외 주재원 및 가족은 신변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며 “수많은 선박에 대한 각국 입항 허가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고객의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저희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이 청원은 9일 오후 9시에만 1000여명의 서명을 받으며 이날 올려진 청원들 중 가장 열렬한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시민들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사죄나 사재 출연의 의향 등을 묻는 질문에 “고민하겠다”며 확답을 피한 최은영 전 회장에 대한 반응과는 사뭇 다른 지지를 이들에게 보였다.

최은영 전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회장이 사망한 뒤 2007년부터 7년간 한진해운 회장으로 있으며 재직 기간 253억원의 보수 및 주식과 52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그는 또 지난 4월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해 손실을 회피했으나 청문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주식을 팔았다”는 발언을 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으로부터 위증 의혹을 지적받았다.

◆ 한진해운 직원들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먼저 이번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한진해운 모든 육해상 직원은 그 책임을 깊게 통감하고 있으며, 저희 회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외 모든 고객/협력사/관계 기관,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이 분명 있었습니다만 회사를 건강하게 지켜 내지 못한 것은 결국 저희 한진해운의 책임일 수 밖에 없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글로 호소 드리는 이유는 이 사태에 대한 이해와 한진해운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간곡히 부탁 드리기 위함입니다.

한진해운은 지난 60년 동안 수송보국의 일념으로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수출/무역 한국의 한 축을 담당하여 왔습니다. 유수의 세계적인 선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대한민국 1등 선사로서 수출 비중이 높은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습니다. 저희 직원들은 그러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맡은 바 업무에 묵묵히 임해 왔습니다.

법정 관리 이후, 한진해운은 수많은 선박에 대한 각국 입항 허가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저희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해상직원들은 식수가 부족하여 구호가 시급한 상황이며, 해외 주재원 및 가족은 신변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번 물류 대란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추가 손실을 막아야 합니다. 물류대란을 조속히 해결하고 한진해운이 다시 정상화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정부의 지원이 절실 합니다.

지금까지 저희를 신뢰와 믿음으로 지켜주신 모든 분들이 이번 물류대란으로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진해운 육해상 전 직원은 불철주야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저희 직원들 개개인에 대한 믿음까지 져버리시지 않도록 사력을 다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한진해운을 살려주십시오. 한진해운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관심과 힘을 실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