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었다’ 스폰서 파문 엘리트 검사들

입력 2016-09-09 17:14

김형준(46) 부장검사에 대한 특별감찰이 9일 정식수사 전환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우려하던 제2의 진경준(49·구속 기소) 검사장 사태가 현실화했다는 분위기다. 금융 수사에 유능한 검사들이 차명계좌를 동원해 동창으로부터 돈을 받은 점, 동창들의 수사 편의를 약속한 점, 외부의 의혹 제기로 ‘스폰서’ 논란이 비화한 뒤 검찰이 진상 파악에 나선 점 등이 공통적이다. 진 전 검사장을 재판에 넘긴 지 1개월여 만에 또다시 조직 간부의 비위에 칼을 대게 된 검찰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엘리트들의 공통점

김 부장검사와 진 전 검사장은 기수는 다르지만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법무부, 외부기관 파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김 부장검사는 부장검사가 되기 전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에서 일했고, 이후 UN대표부 법무협력관에 파견됐다. 온 국민이 주목하던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수사팀을 이끈 뒤엔 금융조세 분야의 능력을 인정받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서 수사를 펼쳤다.

유능한 검사 동창을 둔 게임업계 친구들은 돈을 잘 썼다. 진 전 검사장의 대학 동창인 김정주(48) NXC 회장은 2005년에 4억2500만원어치 넥슨 주식을 무상으로 줬다. 제네시스 승용차를 제공하는가 하면 친구의 해외여행 경비까지 댔다. 주식을 무상으로 대여할 때에는 진 검사장의 가족 명의 계좌로 돈을 입금해줬다.

김 부장검사의 중·고교 동창으로 게임업체 J사를 운영하던 김모(46)씨는 아예 본인이 ‘스폰서’ 노릇을 했다고 주장한다. 역시 남의 계좌까지 이용해 가며 둘 사이에 이뤄진 부적절한 금전거래는 현재까지 1500만원으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대검 특별감찰팀은 이 액수가 과연 전부인지 의심하고 있다. 김씨도 김 부장검사에게 용돈 명목으로 건넨 금품이 더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짜 점심은 없었다

친구들의 호의에는 공통적인 이유가 있었고, 두 검사는 자신의 직위를 활용할 것을 약속했다. 진 전 검사장은 김 회장으로부터 “앞으로 넥슨과 관계된 사건을 검찰이 조사하게 되면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밝혀졌었다. 김 회장은 2003년 서울중앙지검의 횡령 수사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에서 조사를 받아오던 몸이었다.

지난 4월부터 여러 건의 고소를 당한 김씨도 김 부장검사에게 본인의 구명 활동을 요청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의 수사검사 등과 자연스런 모임을 만들어 식사를 했다. 그는 불안해하는 김씨에게 식사 사실을 알리며 “친구가 이렇게 고생하고 노력하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검사는 사태 악화를 감지한 뒤에도 진실을 덮으려는 잘못된 선택을 한다. 진 전 검사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넥슨 주식 매입 경위 등을 3차례 허위 소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폰·메모를 없앨 것을 조언했다. 그가 김씨의 수사검사를 만나 “선배를 오해하지 말라”는 취지로 넌지시 건넨 말은 대검의 감찰 대상이 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