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서커스 브랜드 만든다…태양의 서커스 벤치마킹

입력 2016-09-09 13:45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태양의 서커스' 본사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전 세계에서 17개 공연을 동시에 펼치며 한해 1조5000억원의 매출과 7000명의 고용 성과를 올리고 있는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 1984년 ‘인간 중심의 서커스’를 표방하며 설립된 이후 전 세계에서 1억5000만명의 관객이 찾을 정도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서커스 공연이다.
 
 서울시가 태양의 서커스를 벤치마킹해 ‘서울형 서커스’ 브랜드를 만들고 저변 확대를 통한 서커스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북미를 순방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현지시간) 캐나다의 문화예술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몬트리올 ‘태양의 서커스’ 본사를 찾아 문화를 통한 경제발전 및 사회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박 시장은 태양의 서커스 본사 의상실, 분장실, 연습실과 국립서커스학교 등을 시찰하고 생 미셸 지구 내에 북미권 최초의 원형공연장을 설립한 사회적기업 ‘라 토후(La TOUH)’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장 프랑수아 태양의 서커스 디렉터는 “‘태양의 서커스’ 공연에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많다”며 “소외된 이들에게 서커스를 가르쳐 일자리를 찾게 해주고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매출액의 1%(150억원)로 사회변화를 위한 예술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박 시장은 ‘라 토후’가 지역사회의 고용창출, 빈곤지역이라는 이미지 개선, 문화생활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등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즉석에서 한자로 ‘一石三鳥’라고 써 장 프랑수아 디렉터에게 전달했다. 박 시장은 본사를 둘러본 뒤 “서커스는 거대한 산업”이라며 “서울도 취수장과 석유비축기지 등을 활용해 공연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2017년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내 야외마당에 ‘서커스 전용 연습실’을 신축할 예정이다. 또 서커스 상설 공연장 마련을 위한 초석으로 내년 부지선정을 거쳐 2018년까지 300~500석 규모의 빅탑 텐트를 조성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우수 서커스 전문단체 2개를 ‘서울시 대표 서커스단’으로 선정, 작품 창작, 공연료, 투어경비 등을 최대 2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또 현대식 서커스 장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리서치-창작-제작-연습-시연-배급)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역 활성화와 지역 재생을 위해 지난 5~6월 시범 운영한 ‘시장에 간 서커스’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공연, 광장 등 도심공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서커스를 공연하는 시즌제도 내년에 추진한다. 아울러 내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8년 서커스 전문가 양성을 위한 ‘서커스아카데미’를 상시 운영하는 등 생활 속 서커스 실현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태양의 서커스와 국내 서커스 예술단체의 서커스 공동 제작을 추진하고,  몬트리올 국립서커스학교와는 강사 및 교육생 교류 협력 및 창작자, 전문강사 양상 프로그램 교류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공연의 예술성뿐만 아니라 채석장과 쓰레기매립지였던 땅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지역청년들의 교육과 일자리창출까지 연결해 문화예술로 지역자립과 경제성장까지 이뤄낸 ‘태양의 서커스’ 관련 정책을 벤치마킹해 향후 서커스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반영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저물어가던 서커스 산업을 캐나다문화를 대표하는 존재로 끌어올린 ‘태양의 서커스’는 문화예술이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공공예술의 성공적 모델”이라며 “특히 청년일자리와 관련해 서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지하도시로 꼽히는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찾아 관계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앞서 박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지하도시로 꼽히는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Underground City)’를 찾아 지하공간을 활용한 입체적 도시계획의 영감을 얻었다. 1962년에 만들어진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지하철과 연계된 전체 길이 32㎞에 달하는 대규모 지하공간에 1700여개의 상점, 식당, 극장, 박물관 등이 있어 사실상 ‘도시속의 또 다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몬트리올 도심 오피스 공간의 80%가 이곳과 연결돼 있고 지하철역 10개, 출입구 수가 155개에 달한다. 몬트리올은 한겨울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도시여서 겨울철 혹독한 추위에도 이용할 수 있는 도시 시설이다.

박 시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 곳곳을 돌아본 뒤 “결국 도시는 연결”이라며 “모든 게 산산조각 나 있는것을 연결해 걸어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