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저소득층 청소녀 생리대 지원 추석 전 강행…복지부와 또 갈등?

입력 2016-09-09 09:46 수정 2016-09-09 14:54

서울시가 저소득층 청소녀(女)들에 대한 생리대 배송을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석 전 강행하기로 했다.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청년활동지원사업에 이어 또 복지부와 갈등이 불거질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중 생리대가 필요하다고 신청한 서울지역 거주 만 10~19세 청소녀 9200명에게 추석 전 생리대를 배송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대상자가 확정된 후 ‘언제 배송되는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해 발송 시기를 더 늦출 수 없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지난 7월 20일까지 신청을 받아 지난 달 지원 대상자를 확정했고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 발송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복지부가 지급 시기와 방법 등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배송 일정이 지연됐다.

시가 발송할 생리대는 유기농순면 100% 국제인증을 받은 커버를 사용한 것으로, 5개월 사용 분량인 중·대형 사이즈 36개들이 한 박스다. 시는 외부인들이 알지 못하도록 상자 겉면에는 주소 외 아무표시도 하지 않도록 했다. 또 생리에 대한 기본정보와 생리대 사용법, 위생관리, 생리를 당당하게 생각하는 인식 개선 내용을 담은 ‘성·건강수첩’(달마나 내 몸에 날개를 달다)을 동봉할 계획이다.

시는 또 서울시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가출청소년쉼터, 소녀돌봄약국, 시립청소녀건강센터 등에 생리대를 비치해 이들 기관을 이용하는 청소녀들이 필요할 경우 담당자에게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10월부터 정부 차원의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사업 시행을 위해 현재 출산정책과에서 지급 대상과 방식 등 구체적 지침을 만드는 중”이라면서 “정부 지침이 나온 뒤 지급해도 수령일에서 큰 차이가 없을 텐데, 추석 직전 선심성 행정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3개월간(10~12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사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에서 30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만약 정부 지침을 벗어난 범위에서 생리대 지원 사업을 한다면 서울시는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에 따른 협의 절차를 복지부와 다시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향후 정부지원방안이 확정되면 이번 지원과 중복되지 않도록 복지부 지침을 따라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청소년의 건강 기본권을 위해 긴급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며 “뉴욕시처럼 공중화장실에 비치하면 좋겠지만 예산부족으로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세심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고민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민태원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