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흑인들과 예배를 드려본 적이 있으신가요. 말라위에 방문한 한국 월드비전 모니터링방문단은 7일(현지시간) 음페레레 지역의 과뎀와교회를 찾아 주민들과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교회는 중앙아프리카장로교회(CCAP) 소속으로 이날 예배에는 성공회 교회 2곳 등 인근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 30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말라위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쳐 기독교인이 전체의 80%입니다.
예배당의 벽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돌로 된 바닥에는 흙먼지가 가득 깔려있었습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 비해 예배는 시종일관 엄숙하고 또 유쾌했습니다. 예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청소년들로 구성된 콰이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제목으로 한 수준급의 아카펠라 찬양을 선보였습니다. 빨간 옷을 맞춰 입은 중년 여성들은 흑인 특유의 리듬감을 살려 ‘예수님은 변치 않으신다’는 내용의 찬양을 춤과 함께 선보였습니다. 콰이어 당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예배 중 수시로 찬양은 이어졌습니다. 참석한 성도들도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추며 하나님을 높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예배 중 마이크와 스피커 등 전기시설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말라위는 수력발전을 통해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최근 몇 년 간 가뭄이 심각해 그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말라위에서는 일정 요금을 먼저 충전해야(100kwH당 미화 약 2.6달러) 전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가 전체 1796만명 중 74%에 달하기에 주민 대부분은 전기 충전 요금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를 충당하는 곳도 있지만 이는 병원이나 호텔 등 예산이 넉넉한 몇몇 시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과뎀와교회는 발전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성도들이 돈을 모아 최근 교회에 발전기를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작 자신의 집에서는 촛불로 어둠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날 교회에 나온 성도들 중에는 맨발로 온 사람이 많았습니다. 찢어지거나 먼지 등 얼룩으로 잔뜩 더렵혀진 옷을 입은 이들도 많았습니다. ‘교회에 예배하러 가는 것은 곧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기에 용모를 단정히 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교회에서 불문율입니다. 하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 교회를 찾은 말라위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었습니다.
과뎀와교회 음도바 목사는 “가난하고 남루한 저들의 모습도 하나님은 사랑하실 것”이라며 “그들은 교회를 위해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예배에서는 한국 월드비전모니터링 방문단의 한명준 서정감리교회 목사가 설교했습니다. 한 목사는 “가늠할 수 없이 크신 하나님께서 한없이 작은 나를 아시며 돌보신다. 그것이 은혜”라고 말했습니다.
몇몇 성도들에게 ‘왜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단순·명료했습니다. “그냥 하나님이 좋습니다”(24세 칠렛소씨), “하나님은 내가 밥을 먹을 때도 물을 기를 때도 시장을 갈 때도 변함없이 제 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42세 여성 폴레노씨). 신앙의 성숙도가 비단 경제적 성장도와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음페레레(말라위)=글·사진 이사야 기자 l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