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입력 2016-09-08 01:29 수정 2016-09-08 01:33

선교지로 파송되어 온지 이제 3주차가 되어갑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3개월 치 월세를 선불로 내면 약속한대로 집안을 수리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믿고 3개월 치를 미리 주고 영수증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이틀만에  교통사고난 아들 약값으로 써버렸다며 안방 창문 모기장만 설치 해준 게 다였습니다. 집 주인의 속셈이 뭔지는 몰라도 편하자고 온 것이 아니니깐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일, 여호와 이레

집이 시내에 있지 않고 차를 타고 20~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주로 지프나 트라이시클,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아직 현지 운전면허가 없고 외국인등록증카드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차를 사거나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동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곳에서는 운전사와 따로 계약 흥정을 해야 합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현지인보다 돈을 더 받으려고 하기때문이죠. 하지만 어떤 기사는 너무 대놓고 턱없이 값을 올려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한 두 번 겪다보니 택시를 타거나 트라이시클을 타는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한번은 마닐라에서 선교사 지부 모임이 있었습니다.  새벽4시부터 부산하게 준비해서 자는 아이를 안고 큰 길까지 나가 택시를 잡아야 하는데 그 길이 너무 멀어 힘이 들었습니다. 혹 지나가는 차가 있으면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서 큰 길까지라도 태워달라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때마침 지나가는 차가 있기에 손을 들었더니 감사하게도 우리 앞에 멈춰섰습니다. 어디 가냐고 묻기에 큰 길까지만 태워달라고 했더니 타라고 했습니다. 감사히 세 식구가 다 타고 큰 길까지 가는데, 다시금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공항에 간다고 했더니 본인도 홍콩에서 마침 친구가 오기로 해서 공항까지 간다면서 공항까지 태워준다고 했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해주신 것처럼 느껴져서 더 감사했습니다. 


“아빠 우리 그러면 태양열 사면 어떨까?”

또한 여기는 물이나 전기가 가끔 정전이 되거나 단수가 되는 일이 흔합니다. 정전이 되면 3~5시간은 정전이 됩니다. 낮에 정전이 되면 괜찮으나 저녁에 정전이 되면 한국에서 준비한 보조베터리에 UBS LED로 어둠을 밝히기도 합니다.

한번은 저녁을 먹기 전에 갑자기 전기가 나갔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보조베터리와 LED 어둠을 밝히는데 5살된 아들 도영이가 “아빠 우리 그러면 태양열 사면 어떨까?”라고 말했습니다. "그치 태양열로 하면 되지" 그런데 현실은 태양열을 하는 곳도 없을뿐더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전기가 다시 돌아오는 게 더 현실적일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함 가운데 매주 예배를 사모하며 기다리는 성도들

매주일 파송교회에서 세운 까얀교회에서 현지 성도들과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그곳에 갈 수 있는 방법이 대중교통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터미널에서 봉고(12인승)을 타고 자가용으로는 편도 45-5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1시간 20분 걸려 다녀와야 합니다. 

특히 봉고차는 12인승인데 여기는 탑승제한이 없기 때문에 12인승이지만 19명이 타고 1시간 이상을 타야 했습니다. 아이도 너무 힘들었는지 칭얼대기 시작했고 나는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바랬습니다. 까얀에 도착해 현지 성도들과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참 감사했습니다. 이 시골에도 여전히 복음을 듣기 원하고 예배를 사모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감사했습니다.

아직 현지어도 영어도 서툴지만 함께 예배 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필리핀은 카톨릭이라는 장벽이 큽니다. 그러나 참된 복음을 듣기 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예수에 대해 들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시골이든 도시이든 복음이 필요합니다.

비록 19인승 봉고를 타고 와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매주 예배를 사모하며 기다리는 아이들과 성도들이 있기에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 가서 함께 예배 드리며 복음증거를 계속할 것입니다. 

130여 년 전에 조선이라는 땅에 복음을 증거했던 선교사들처럼 위대하지는 않을지라도,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한 영혼이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 세워지는 그 일에 오늘도 구슬 땀을 흘릴지라도 이 일은 계속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순종하여 선교사로 떠나는 이들이 있습니다. 선교의 최전선에서 선교사들이 겪는 어려움들과 현지인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땅끝에서] 참여를 원하시는 선교사님들께서는 200자 원고지 6매 이상의 원고를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