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그룹 총수일가 조사에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이 건강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거나 외국에 머물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총수일가가 검찰 수사망만 좁혀오면 해외에 머물며 잠적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7일 신격호(94) 총괄회장을 직접 만나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당초 검찰은 신 총괄회장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 측은 건강상의 문제로 방문조사를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건강상태 점검 결과 등을 검토해 방문조사를 할지, 재소환 통보를 할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6)씨 조사도 막혀있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서씨 소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에 체류 중인 서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한 달 넘게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안에 여권취소 등 서씨를 강제입국 시키기 위한 조치에 착수할 방침이다. 신 총괄회장도 지난 2003~2004년 주요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장기간 일본에 머물며 수사를 피해간 적이 있다. 신 총괄회장은 검찰 소환이 임박한 2003년 10월 일본으로 갔다가, 대선자금 수사가 일단락된 이듬해 8월에야 귀국했다.
신동빈(61) 회장의 자금관리 실세로 알려진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 롯데캐피탈 대표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6월초 돌연 일본으로 출국해 잠적했다. 고바야시 전 대표는 검찰 소환 조사를 피해 도피했다는 의혹을 받던 중 7월말 갑자기 롯데캐피탈 대표직을 사임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롯데그룹 경영을 챙겼던 신 회장은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 때문에 7월 3일 입국 이후 두 달 넘게 국내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검찰은 추석 연휴 직후 신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한국기업이라면서… 롯데家, 수사만 들어오면 일본행
입력 2016-09-07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