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특위 "정부 과실로 '살균제' 무법지대 조성…RB·SK케미칼·김앤장 수사해야"

입력 2016-09-07 11:29 수정 2016-09-07 11:31
지난달 29일 국회 '가습기 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아타 샤프달 옥시대표(왼쪽) 뒤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어린이가 앉아있는 모습. 뉴시스

국회 '가습기 특위'가 살균제 피해 사고를 정부 과실과 책임으로 인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어 옥시 레킷벤키저(RB)와 SK케미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한 검찰 수사의 미진함을 비판하며 엄중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특위 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제도적 불가피론'을 고수하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정조사를 통해 명백한 과실과 책임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특위에 따르면 우선 환경부는 그동안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권한만 있고, 제품(용도)의 안전관리는 소관이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특위는 환경부가 화학물질의 여러 노출 가능성에 대한 유해성 검사를 하지 않은 점, 주장과 반대로 용도만을 관리해 이 물질이 다른 용도로 쓰이더라도 방치한 점, 용도 심사마저 스프레이·에어졸 형태 분사 가능성에 대한 추가 실험 요구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또 화학물질 관리·심사 및 생활화학용품 규제 상 문제점이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산업부에 대해선 ‘품공법’에 의해 다른 법령으로 별도 관리하지 않는 공산품의 취급·사용을 관리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체가 ‘가습기살균제는 어느 법령에 의해 관리되는가?’라고 문의했으나 잇따라 보건복지부나 식약처로 떠넘겼으며, 해당부처에서 되돌아오자 최종적으로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우 의원은 "그 결과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는 말 그대로 ‘무법지대’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도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심사 시 경구독성 및 안구 자극성 등 유해성을 확인하였음에도, 기업의 정보보호 요청에 의해 PHMG가 아닌 YBS-WT라는 가명으로 공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 의원은 "그 결과 같은 PHMG임에도 환경부와 노동부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물질을 관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약사법에 의해 ‘감기, 폐렴 유발균 등 유해세균 제거’라 표시한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적발하여 처벌하지 않았고, 질병관리본부는 인과관계 규명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실험을 통해 CMIT·MIT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없음’ 판정을 내리는 중대한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실제론 질본이 당시 CMIT·MIT의 독성이 나타날 수 없는 조건 하에서 실험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강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탓에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이 수사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특위는 이어 이어 검찰이 옥시 레킷벤키저와 SK케미칼, 김앤장에 대해서도 미온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엄중안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특위는 "무엇보다 이번 청문회는 RB 전직 CEO, 연구원 등 핵심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며 국정조사 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며 "이는 국회를 넘어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다. 김앤장 측과 같이 의도적인 진술 거부 시 처벌 강화 등을 검토해 국민의 권위를 세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