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90분… 끝내 시리아 골문 못열었다

입력 2016-09-07 09:03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툰쿠 압둘 라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0대 0 무승부를 거둔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반면 시리아 선수들은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답답했다. 패배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슈틸리케호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에서 졸전 끝에 시리아와 비겼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지휘한 축구대표팀은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시리아와 헛심 공방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한국은 2연승을 겨냥했지만 최종예선 초반 승점을 안전하게 확보하지 못하고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중간전적 1승1무(승점 4)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운 4-2-3-1 포메이션을 구성했다. 측면 공격수로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과 이재성(24·전북)을 배치했고,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은 중원에서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한국영(26·알가라파)이 공수를 조율했다. 소속팀으로 복귀한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을 제외하면 최상의 전력이었다.
 한국의 낙승이 예상됐다. 전반전까지 공 점유율은 70% 이상이었다. 하지만 시리아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한국의 일방적인 공격이 전개됐지만 골 결정력이 없었다. 슛은 무기력했고, 시리아 골문 앞 패스워크는 정교하지 않았다. 부족한 골 결정력을 만회할 전술적 짜임새는 없었다.
 플랜 B도 없었다. 젊은피를 수혈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신태용(46) 수석코치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진두지휘했던 권창훈(22‧수원 삼성) 황희찬(20‧잘츠부르크)을 후반전에 모두 투입해도 답답한 흐름이 깨지지는 않았다. 전술의 실패를 만회할 선수의 개인기량도 부족했다.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을 3대 2로 겨우 제압한 1차전의 흐름은 그대로였다. 앞으로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 난적과의 승부가 남았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길이 험난해진 이유다.
 한국은 측면공격을 시도했다. 왼쪽에서 이청용, 오른쪽에서 이재성이 적진을 뚫었고 좌우 풀백은 오버래핑으로 공격을 지원했다. 시리아가 ‘10백(10Back)’의 극단적인 수비를 펼치지 않아 정상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했다. 이청용은 중앙에서 파고드는 날카로운 패스 연결을 시도했고 골문 앞까지 패스를 찔러 시리아를 괴롭혔다. 문제는 좀처럼 뚫리지 않은 오른쪽이었다.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도 난제였다. 결과적으로 한국 공격진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슈틸리케호가 한 골도 넣지 못한 경기는 지난해 8월 북한과의 동아시안컵 3차전(0대 0 무승부) 이후 13경기 만이다. 지난 6월 스페인 친선경기에서도 6골을 허용했지만 1골은 넣었다.
 지동원은 후반 1분 시리아 수비수 3명을 뚫고 슛을 쐈지만 그물 옆을 갈랐다. 9분 뒤 이청용의 오른발 슛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시리아는 후반전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반 17분 라파트 모타디가 기습적으로 때린 중거리슛은 정확히 골문을 겨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2분과 황희찬, 후반 30분 권창훈을 투입해 공격력을 더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시리아에 역습을 허용하는 횟수가 늘었다. 초조해진 한국은 선이 굵은 축구로 총공세를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이 6분이나 주어졌지만 소득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시간을 지체하고 축구다운 축구를 안 하는 팀이 나가는 것을 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도 “이 때문에 비긴 것이라고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