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백오연 “맛있는 음식, 행복한 엄마, 가정부터 먼저 세워져야”…스타인헤븐

입력 2016-09-05 10:34 수정 2016-09-05 10:41
요리연구가 백오연


요리연구가 백오연(38·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은 어린 시절엔 피아노를 통해, 지금은 요리를 통해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행복을 전하며 이웃을 섬기는 삶을 살고 있었다.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 입학해 시각디자인학과 졸업한 백오연은 졸업 후 광고회사를 다니다 1년 만에 회사 생활을 접고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파리에 위치한 요리, 제빵제과 전문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 2003년 입학해 2005년 수석 졸업했다.

그는 “엄마가 요리를 굉장히 잘 하셨다”며 “어머니는 저희가 어릴 때 외국 선교사님에게 당근 케이크 만드는 방법도 배워 오셔서 해주셨다.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중학생인 언니를 데리고 가서 케이크와 초콜릿 만드는 법을 배워오셨다. 한국에서 오븐이 처음 들어올 때 엄마가 장만하셔서 다양한 요리를 직접 해주셨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언니들과 함께 요리를 했던 기억은 그에게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가정을 꾸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을 다니면서도 조리사 자격증 등을 따면서 계속 요리는 배우고 있었고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 가정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직장을 고민하다가 스물네 살에 유학을 갔다”고 전했다.

모태신앙인 백오연은 프랑스에 있으면서 파리 퐁네프교회를 다녔다. 한국교회에서도 학창시절 내내 반주자로 봉사했던 그는 프랑스에서도 반주자로 활동했다. “퐁네프교회를 가서까지 반주를 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어요. 그런데 교회를 처음 갔을 때 반주자가 전주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반주자가 없이 예배를 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교회에 가자마자 피아노 반주를 하게 됐어요.” 반주뿐만 아니라 디자인 전공자인 만큼 교회의 다양한 행사의 로고디자인, 요리 등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했다.

“파리에 음악을 전공한 분들도 많은데 비전공자가 반주를 하는 거잖아요. 여러 가지로 부족했을 텐데 하나님은 이런 작은 재능도 사용해주셨어요. 또, 한국에 있을 때는 손의 힘이 약해서 피아노가 정체된 부분도 있었는데 요리학교를 다니면서 손의 힘이 좋아졌는지, 어머니가 요리학교 졸업식날 프랑스에 오셔서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여태까지 반주 중에 프랑스 교회에서의 반주가 제일 좋았다고 해주셨어요. 여러 가지로 저에게는 감사가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파리에서 귀국한 백오연은 압구정에서 친구들과 카페 겸 요리교실, 미술작업실 등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현재 서울 성동구에 ‘아뜰리에 105’라는 이름으로 개인작업실 겸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틈틈이 광고, 화보 촬영 등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옥루몽의 팥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빙수의 사진은 백오연의 작품이다.

그는 “요리는 창의적인 예술”라며 “시각디자인을 전공할 때는 컴퓨터에 결과물을 냈다면 지금은 접시에 결과물을 내놓을 뿐이다.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미술과 같다. 접시에 내놓는 건 1차원적인 것이고 요리의 시작부터 완성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나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통해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요리교실에는 한국인 여성들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의 엄마들도 다수 찾는다. 요리를 통해 대화하고 요리를 가르치면서 하나님 나라를 꿈꾼다.

그는 “맛있는 거 먹으면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하나님이 어떻게 쓰시고 저를 인도하실지 기대된다. 요리를 통해 나의 가정을 섬기고, 그리고 다른 가정의 엄마들에게 행복을 드리고 싶다. 엄마가 즐거운 기분으로 맛있는 요리를 하면 그 분위기가 아이들과 남편에게 고스란히 전파된다. 행복한 가정이 곳곳에 세워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