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뉴스] “추석은 각자의 집에서…” 부부싸움 예방을 위한 발칙한 상상

입력 2016-09-05 00:32 수정 2016-09-05 09:29
사진=뉴시스

# 맘카페
“이번 추석때 시댁과 친정 중 어디 먼저 가시나요? 며칠씩 머물어야 할까요?”
“친정 갈 때는 차 조금만 밀려도 짜증 부리더니 시댁 갈 때는 아무리 밀려도 룰루랄라 아주 신났네요”
“명절에 남편 출근시키는 임산부인데 시부모님이 명절에 안 와도 된다는 말 믿고 진짜 안가도 될까요?”

사진=뉴시스

# 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명절엔 운전대를 몇 시간 잡아야 하는지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장모님하고 장인어른 용돈 따로 드려야 하나요?”
“처가에 가선 설거지 정도는 해야겠죠?”

추석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연휴가 수요일부터 시작돼 여느 때보다 긴 편입니다. 맘카페에선 추석과 관련된 게시물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죠. 벌써부터 남편과 한판 붙었다는 엄마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맘스홀릭 캡처

싸움의 원인은 시댁과 친정에 오가는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댁에 언제 가서 언제 오냐는 질문부터 시작해 친정은 언제 가는지, 양가 부모님 용돈은 얼마나 드려야 하는 지, 선물은 준비해야 하는지 심지어 한복을 입고가야 하는지 챙겨가야 하는지 등등. 시시콜콜한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댁을 안 갈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시댁이나 친정이 먼 경우 명절 스케줄을 짜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질문들을 더 많이 하죠. 도로상황에 따라 꼬박 하루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보니 친정과 시댁에서 얼마씩 머물러야 하는지 묻는 이들을 결정장애라 치부할 수만은 없습니다. 공평하게 반씩 시간을 나누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시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죠.

그런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처가식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더불어 명절에 시달리는 대상이 며느리인 엄마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했듯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게임이나 스포츠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에는 맘카페보단 덜하지만 추석이 싫다는 하소연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처가 가는 게 두렵다는 이들도 있었죠.

사진=MBC 아침드라마 모두 다 김치 화면 캡처

며느리인 엄마들이 시댁에 가기 싫은 것처럼 사위인 남편들이 처가에 가기 싫은 겁니다. 생계형 맞벌이 부부거나 외벌이라고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경우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이 사위를 보는 눈이 곱지 않습니다. 자신의 곱디 고운 딸을 고생시킨다는 이유죠. 처가부모님들의 불만이 자꾸 반복되면 아무리 넉살 좋은 사위라도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것도 적잖은 스트레스입니다. 교통체증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길 지경이죠. 아내가 늑장이라도 부리면 분노 게이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습니다. 아내들은 고작 10분 갖고 뭘 그러냐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하지만 그 10분이 자칫 1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기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선 명절에 자신이 대리기사나 택시기사가 된 것 같다는 불만도 나왔죠.

사진=뉴시스

이 같은 이유로 명절 부부싸움이 매년 반복된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를 피하고 싶은 아내나 남편은 명절에 휴일근무를 지원해볼까 고민해봅니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합니다. 여기서도 또 한번 ‘내 아이만…’ 이란 문구가 떠올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부부는 명절에 꾸역꾸역 무거운 발걸음을 뗍니다.

그렇다면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들은 어떨까요? 괴롭긴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죽하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게 손주'라는 말이 있겠습니까. 손주라는 표현엔 며느리도 포함됐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더해 요즘 시어머니들은 손주 며느리가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다는 걸로 귀결시킬 수 있습니다.

시부모님들은 자신도 모르게 며느리에게 상처 줄 말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직장 생활하는 며느리를 피곤하게 하면 어쩌나 싶어 좌불안석이랍니다. 장인‧장모도 사회적 분위기가 신모계사회로 변했다 하더라도 사위가 마냥 편하진 않다고 합니다. 반찬 하나라도 더 신경 쓰이는 게 사위라고 하더군요. 결국 부모님들도 각자 자식만 오는 게 아니니 음식부터 잠자리까지 여간 부담스럽고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차라리 명절만이라도 각자의 집으로 가서 편하게 보내면 안 될까 하고요. 남편은 시댁으로, 아내는 친정으로, 아이들은 한 번씩 번갈아 가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면 서로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그럼 시댁과 친정 중에 어딜 먼저 가냐부터 어떤 옷을 입어야 하냐까지 시시콜콜한 질문들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서로를 더 애틋하게 느낄 수 있을 지 모르잖아요.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