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2년 전 한국 땅을 밟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서울 잠실구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의 신분을 알아채지 못하면 영락없이 한국야구를 즐기는 ‘동네 미국형’이다. 두산 베어스 팬으로 유명한 리퍼트 대사의 잠실구장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가 우리나라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테일게이트파티는 미국 스포츠 마니아들이 경기장 주차장이나 공터에 자동차 트렁크를 열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과 음식을 나누는 간이 파티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3일 잠실구장 주차장으로 대사관 직원 일가족, SNS 이벤트 당첨자들을 초대해 이 파티를 열었다.
주한미국대사관 공식 트위터는 37초 분량의 파티 현장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리퍼트 대사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밝게 웃으면서 파티를 주도했다. 경기장으로 입장하던 두산 팬들도 걸음을 멈추고 리퍼트 대사가 나눈 음식과 맥주를 즐겼다. 경기를 시작한 뒤에는 관중석에서 인파 속에 파묻혀 박수를 치며 관전했다. 이 경기에서 두산은 삼성 라이온즈에 3대 5로 졌지만 리퍼트 대사의 표정은 밝았다.
Great weather, good food & wonderful company! Amb hosted a tailgate party before today's baseball game.
— U.S. Embassy Seoul (@USEmbassySeoul)
리퍼트 대사는 2014년 10월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에는 의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했고, 집권 이후부터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외교정책을 보좌했다. 지금은 한국에서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 즉 주한미국대사다.
삼성 라이온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경기를 가족과 함께 관람하거나 한국야구위원회(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3월에는 관저로 KBO 관계자들을 초청해 “야구를 통해 양국이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미국인과 미국 정부를 대표해 KBO리그의 발전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의 테일게이트파티 영상은 우리나라 야구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5일 트위터에서 주한미국대사관 계정의 영상을 감상한 야구팬들은 “소시지와 맥주를 보고 군침을 흘렸다” “두산 팬들이 부럽다” “주한미국대사인 사실을 모르고 만나면 두산 팬인 미국형인 줄 알겠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