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해서 애국자 됩시다!” 란파라치 학원 가보니…

입력 2016-09-05 00:01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란파라치’(김영란법 파파라치)들이 대박을 노리고 있다. 김영란법은 신고 포상금이 최대 2억원에 달하고, 공무원 등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가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피신고자의 실명이 기록된 서류와 함께 증거까지 있어야 한다며 ‘무작정 신고’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란파라치들은 이미 ‘나름의 전략’을 갖추고 있다.

김영란법 파파라치도 어렵지 않아요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지하철2호선 교대역 인근의 한 건물에서 김영란법을 포함한 공익 신고에 관한 무료 강의가 열렸다. 수강생 30여명이 미리 예약을 하고 학원을 찾았다. 50~60대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강의는 쉬는 시간을 포함해 3시간 정도 진행됐다.

강의를 진행한 A학원 문모 대표는 “김영란법이라고 더 어려울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1000여 가지의 각종 신고포상금 제도를 수년간 연구해왔고, 김영란법 신고도 비슷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단순 신고에 출동하지 않는다는 경찰 방침도 이미 파악했다. 문 대표는 “육하원칙에 따라 위법사항을 객관적인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료강의에서 학원이 제시한 증거 수집 노하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김영란법 대상인 각종 공공기관의 ‘점심시간’을 노리는 것이다.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한정식집이나 일식집에서 점심을 먹는 공직자들이 대상이다. 식당 직원을 통해 예약자 이름을 확인하는 노하우도 일부 소개됐다. ‘버려진 영수증’도 주요 증거라고 했다. 식당에서 카드로 결제 한 뒤 영수증을 잘 챙기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이 함께 식당에 들어가고 나오는 장면까지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면 김영란법 위반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식사비가 3만원 미만이면 이들이 가는 카페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커피값도 식사비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란파라치는 국책 사업이다. 많이 신고해서 돈 많이 버는 게 애국자”라며 “여러분이 청렴한 세상을 만드는 횃불”이라고 강조했다.

카메라 포함 강의료는 100만원

강의가 끝나자 ‘실무 교육’ 신청을 따로 받았다. 무료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 실무 교육에 참석하니 ‘카메라 구입’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카메라가 있어야만 바로 실무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카메라 가격은 100만원이었다. 가격이 너무 높다고 하자 학원 관계자는 “1년간 무료로 수리를 지원하고 카메라가 필요 없을 때는 학원에서 높은 가격에 다시 사들인다”며 카메라 구매를 유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0만원에는 카메라뿐만 아니라 강의료가 포함됐는데 금방 본전을 찾을 수 있으니 투자하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다른 학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30여분간 란파라치에 대한 설명을 한 학원 관계자는 “법이 시행되면 자세한 내용을 교육에 반영할 예정이다. 일단 강의를 듣고 파파라치 신고 연습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수강료는 20만원 상당의 자동차 열쇠형 몰래카메라와 교재, 강의를 포함해 모두 97만원이었다. 그는 “공익 신고는 한번 배워두면 평생 쓸 수 있는 기술”이라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월 수익이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