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리지마, 너희 지킬거야’ 20년 폭력 남편 살해

입력 2016-09-04 16:52

흉기를 들고 위협하던 전 남편이 만취해 쓰러지자 “일어나면 우리가 위험해진다”며 살해한 여성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44·여)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6월 술에 취해 자신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던 전 남편 문모(사망 당시 58)씨를 넥타이로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당시 문씨는 만취해 흉기 난동을 피웠고, 조씨는 부엌에서 꺼내온 절굿공이로 문씨의 흉기를 쳐 떨어뜨렸다.

문씨가 엎질러진 술을 밟고 쓰러지자 조씨는 절굿공이로 문씨의 머리 부위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이어 넥타이를 가져와 문씨의 목을 졸랐다. 자녀가 말렸지만 “아빠가 깨어나면 보복만 당한다”며 듣지 않았다. 조씨는 문씨로부터 20여년간 갖은 괴롭힘을 당한 것을 생각했고, 자녀들을 위해서도 문씨를 살해해야겠다고 작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문씨의 가정폭력이 심각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조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흉기 난동 2시간여 뒤에 범행이 발생한 점, 바닥에 쓰러진 문씨가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던 점 등이 근거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