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겠다” 흉기위협하던 전 남편 쓰러지자 살해한 아내… 대법 “정당방위 아니다”

입력 2016-09-04 11:01 수정 2016-09-04 11:02
“피고인의 딸이 말렸음에도 ‘어차피 이렇게 때렸는데 너희 아빠가 일어나면 우리가 보복만 당하고 위험해진다’고 말하며 절굿공이로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를 때렸다…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한도를 넘어섰다.”

흉기를 들고 ‘죽이겠다’며 위협한 뒤 만취해 쓰러진 전 남편을 절굿공이로 때리고 목졸라 살해한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44·여)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욕설을 퍼붓던 전 남편 문모(당시 58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씨는 조씨에게 “그 얼굴이 화장을 다 한 얼굴이냐” “소주를 가져와라” “네 부모와 동생들을 죽여버리겠다”며 폭언을 퍼붓다 조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댔다. 조씨가 부엌 찬장에서 절굿공이를 꺼내 문씨의 흉기를 쳐 떨어뜨렸고, 문씨는 바닥에 엎질러진 술을 밟고 미끄러졌다.

이에 조씨는 문씨의 가슴에 올라타 절굿공이로 문씨의 머리 부위를 수 차례 내리쳤다. 안방에서 넥타이를 가져와 문씨의 목에 감고 2분간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결국 문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조씨는 문씨로부터 20년간 갖은 괴롭힘을 당한 것을 생각했고,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문씨를 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와 문씨는 협의이혼한 지 1년여가 흐른 상태였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노역장 집행을 마치고 출소한 문씨가 “지낼 곳이 없다”며 찾아와 자녀들과 함께 지내던 중이었다. 법원은 문씨의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이었고, 조씨에게 생명과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이뤄져 왔다고 인정했다.

다만 하급심과 대법원은 조씨의 범행 당시 단계에서는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일관된 판단을 내렸다. 1심은 “적어도 그 단계에서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조씨의 범행 시각은 문씨가 흉기 난동을 피운 뒤 2시간여가 흐른 상태였다는 점, 문씨가 바닥에 쓰러진 뒤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던 점 등이 근거였다. 이미 절굿공이로 머리를 수 차례 때린 뒤 넥타이를 가져와 목을 조른 점, 조씨의 딸이 조씨를 말렸던 점 등도 참고됐다. 2심과 대법원도 같은 판단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