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흉기를 들고 '죽여 버린다'고 위협하며 난동을 부리다 미끄러져 쓰러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에게 대법원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인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앓는 여성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44·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조씨의 행위는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지난해 6월 전 남편 A(59)씨와 새벽까지 함께 A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술 취해 흉기를 들고 '죽여 버린다'며 위협하던 A씨가 미끄러져 쓰러지자 A씨의 얼굴을 절굿공이로 수차례 내려치고 넥타이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 부부는 2014년 협의이혼했지만, A씨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복역 후 출소해 지낼 곳이 없다며 조씨와 자녀들이 생활하는 집에 찾아와 사건이 발생하기 열흘 전부터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조씨는 A씨를 살해한 것은 A씨의 폭력과 살해 협박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가정폭력으로 앓고 있던 우울증을 미처 먹지 못한 상태에서 술까지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그 요건인 침해의 현재성은 엄격히 해석·적용돼야 한다"며 "A씨가 바닥에 쓰러짐으로써 침해행위가 중단됐음에도 넥타이를 이용해 목졸라 살해함으로써 생명이라는 중대한 법익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씨가 A씨를 살해하는 것이 A씨의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조씨가 20여년 동안의 극심한 가정폭력을 경험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증 우울증 등으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부족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씨가 가정폭력의 희생자라도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인 생명을 잃게 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뉴시스
이명희 온라인뉴스부장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