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긴장 상황이 발생할 때 한국인들은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할 것으로 여기지만 러시아인들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리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국민은 한러 협력이 자신들의 나라에 대체로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와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프치옴(VCIOM)이 공동으로 한국인 1000명과 러시아인 16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상호인식 조사에서 한국인 41%는 남북 분쟁에 생기면 러시아가 북한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봤다. 반면 러시아인 응답자 51%는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자 역할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북한을 지지할 것 같다는 러시아인의 답변은 10%에 그쳤다.
한국과 러시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한국과 러시아가 전략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인은 75%가 러시아의 극동개발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양국 협력이 국익이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72%에 달했다. 러시아인은 56%가 한러 협력이 자신의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국관계의 강화와 교류를 지지하는 비율이 양국 국민 모두에게서 상당히 높게 나타난 셈이다.
전망 있는 한러 협력 분야로 한국인은 산업, 에너지, 첨단기술, 무역 등을 꼽았다. 러시아인들은 무역과 의료, 관광, 첨단기술 분야가 한러 협력의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가 협력하는 과정에서 장애 요인이 될 만한 것으로는 부정적인 선입견과 정보 부족이 지목됐다.
한국인들인들 ‘러시아’라는 말을 듣고 소련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외에 추위, 푸틴, 공산주의, 보드카 등의 단어도 연상했다. 러시아인들은 (지리적 의미의) 한반도 산업, 선진 기술, 남북 분단, 매력적인 외모 등을 떠올렸다.
한국외대 러시아 연구소는 “한국 노년층 상당수가 러시아를 소련으로 인식하는 등 상대국에 대한 평균적인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면서도 “조사 결과 양국 협력의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다양한 교류를 통해 관계를 발전시킬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