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 제도를 없애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들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 '함께 남성 보호자 제도를 없애자'는 해시태그(hashtag·#)를 퍼뜨리는 중이다.
이 해시태그는 영어와 아랍어 버전이 있으며 17만회 이상 사용됐다.
극도로 보수적인 사우디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 없이 바깥에 돌아다닐 수조차 없는 등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여성 혼자 이동하면 악에 노출되며 위험에 빠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사우디 여성들은 학교에 등록하고 직업을 구하고 여행을 가는 기본적인 활동을 할 때도 남편이나 아버지, 오빠나 남동생 등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트위터에는 이 같은 제도를 비판하는 사우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hano*****는 "사우디 여성들은 가장 나쁜 종류의 노예 생활로 고통받고 있다"고 했고, @loli*****는 "남자 서명이 없으면 유학도 못 간다. 내 꿈과 미래를 산산조각내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지적했다.
이 캠페인은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HRW는 연구 보고서에 "남성 보호자 제도는 여성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깨닫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며 "이에 길들여진 성인 여성들이 자신의 딸에게 악습을 가르치는 행태가 되풀이된다"고 했다.
인권 활동가들의 압력이 거세지자 사우디 정부는 남성 보호자 제도를 2009년, 2013년에 거듭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우디 여성들 SNS서 "남성 보호자 제도 없애자" 캠페인
입력 2016-09-03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