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세금 폭탄 맞은 애플, EU 애플에 악재 추가

입력 2016-09-03 10:17
유럽연합의 마르그레테 베스태거 경쟁분과위원장이 1일 브뤼셀 본부에서 정보통신사 합작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틀 전 16조원 면제 세금의 납부를 지시해 애플과 미 재무부를 펄쩍 뛰게 만들었다. [AP/뉴시스]

중국에서 ‘페가트론 스캔들’에 휘말린 미국의 애플이 이번에는 유럽에서 메가톤급 악재를 만났다.
유럽연합(EU)은 지난 8월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애플을 상대로 130억 유로(약 16조원)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U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아일랜드 정부가 거대 기업 유치를 위해 애플에 세금 혜택을 후하게 부여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유럽연합이 애플을 상대로 강력한 세금 폭탄 카드를 뽑아든 데는 세계에서 시가 총액이 가장 높은 이 우량기업이 유럽에서 천문학적 돈을 벌고도 정작 세금은 쥐꼬리 만큼 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자칫 미국과의 무역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필사즉생의 태도로 칼을 겨누고 있다.

이번에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국가는 '캘틱 타이거' 아일랜드다. 애플이 이 나라에 낸 세금의 실효세율은 2014년 0.000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애플이 올린 매출액 100만 유로 당 고작 50유로 정도의 세금을 물었을 뿐이라는게 베스타거 집행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회원국은 특정 기업을 골라 세금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애플은 즉각 반발했다. 유럽연합측이 실효세율 계산을 잘못 했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회장은 1일 RTE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잘못된 수치다. 그런 계산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부담한 세율은 26.1%였다. 나는 이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올 들어 안팎에서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올해 1~2분기 연속 시장 점유율 5위에 그친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이른바 ‘페가트론’ 의혹이 터져나왔다.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 페가트론의 중국 공장 근로자들이 살인적 노동 강도에 신음하고 있다는 고발이 제기됐다.

애플은 EU의 결정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 또 결혼 생활에 빗대 아일랜드에서도 계속 사업을 할 뜻도 피력했다. 쿡 회장은 “우리는 37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해 왔다. 다른 결혼 생활과 마찬가지로 여기 저기 구멍이 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의 공동체와 국민들에게 친밀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25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쿼츠(QUARTS)는 중국의 노동감시단체 '차이나 레이버 워치(CLW)'를 인용해, 아이폰7을 비롯해 애플 제품을 조립하는 대만 페가트론의 중국 공장 근로자들이 한달 평균 80~110시간을 일하는 등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린다고 폭로한 바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