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이 대만과 10회 연장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고도 명백한 오심에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2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야구장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만과의 슈퍼 라운드 첫 경기 10회 연장 승부치기에서 6대 12로 졌다.
문제는 승부치기가 시작된 10회초 대만의 공격 때 나왔다.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대만의 4번타자 천후가 내야땅볼을 쳤다. 1루수 이정후가 공을 받아 태그를 시도했다. 분명 이정후의 태그가 빨랐다. 대만 현지 중계방송에도 정확히 태그 장면이 잡혔다. 그런데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5-5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오심 이후 한국은 급격히 흔들렸다. 대만은 순식간에 7점을 내며 분위기를 가져갔다. 한국은 10회말 1점을 쫓아갔으나 이미 오심에 승부가 갈린 뒤였다.
이날 한국의 선발 라인업은 이정후(1루수)-박정우(중견수)-김민수(3루수)-강백호(지명)-이정범(좌익수)-김혜성(유격수)-나종덕(포수)-박성한(2루수)-김성윤(우익수) 순으로 짜여졌다. 선발투수로는 양창섭(덕수고)이 마운드에 올랐다.
한국은 1회초 대만의 리아오 치엔푸에게 투런포를 허용해 선취점을 내줬다. 그러나 양창섭이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곧바로 한국이 반격에 나섰다. 박정우(덕수고)가 1회말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에 이어 도루까지 성공해 2사 주자 2루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후속타자 강백호(서울고)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한 점을 따라붙었다.
한국은 3회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김성윤(포항제철고)이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대만 선발투수 리우 치쭝의 폭투 때 2루를 밟았다. 김성윤은 박정우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한국의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
2-2 동점이던 5회 한국은 대만에 2점을 내주며 다시 리드를 허용했다. 6회와 7회는 실점 없이 막았으나 8회 또 다시 한 점을 내줘 2-5로 점수가 벌어졌다.
패배 위기에 몰린 한국은 8회말 1점을 다시 쫓아갔다. 강백호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선두타자로 나선 강백호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포를 작렬했다. 한국은 강백호의 홈런으로 추격의 끈을 이어갔다.
9회에는 이정범의 그림 같은 동점타가 나왔다. 김민수가 볼넷, 강백호가 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투수의 폭투로 2사 주자 2,3루 동점 기회가 찾아왔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정범은 좌중간을 완벽히 가르는 2타점 적시타로 5-5 동점을 이끌었다.
결국 승부는 10회 연장 승부치기에서 갈렸다. 내야땅볼을 친 천후에 대한 오심이 나오면서 한국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경기장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대만 관중들만 환호성을 질렀다.
석연찮은 심판 판정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유무도 경기 내내 한국에 불리한 판정이 나왔다. 명백한 개최국 어드밴티지였다. 석연찮은 판정은 매 승부처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국은 3일 대만 타이중 야구장에서 일본과 슈퍼라운드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일단 일본을 잡아야 한다. 일본전에서 7점 이상의 큰 점수차로 이겨야 결승 진출 유무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중=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