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명훈, 도쿄필 최초 명예음악감독 취임

입력 2016-09-02 14:19 수정 2016-09-02 15:33

지휘자 정명훈이 1일 일본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명예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에 공적을 남긴 지휘자에게 부여하는 영예로운 직책이다.
정명훈은 2001년 도쿄필의 특별고문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도쿄필은 일본 교향악계의 상징이었던 NHK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인기를 뛰어넘었다. 정명훈은 2010년부터는 도쿄필의 유일한 계관명예지휘자로 활동해 왔다.

당초 도쿄필은 지난해를 끝으로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사임한 정명훈을 음악감독으로 초빙하려 했다. 하지만 정명훈이 “너무나 큰 책임이 따르는 음악감독은 맡고 싶지 않다”고 거절해 명예음악감독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필 역사상 명예음악감독은 정명훈이 처음이다. 현재 도쿄필의 음악감독이 없는 만큼 정명훈은 공연 횟수를 늘리는 한편 음악적으로 좀더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명훈은 지난해 6월엔 15년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이끌어온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역사상 최초 명예음악감독으로도 추대된 바 있다.

도쿄필이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인터뷰에서 정명훈은 “나는 도쿄필을 ‘일본의 가족’이라고 부른다. 나와 도쿄필이 만들어가는 음악은 이러한 친밀함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명훈은 우선 9월 21일 도쿄오페라시티, 23일 산토리홀, 25일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 도쿄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교향곡 6번 ‘전원’과 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21일과 23일 '황제'의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정명훈은 1975년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런던 교향악단의 일본 투어 공연에 피아니스트로 처음 일본을 방문했다. 하지만 NHK 교향악단 관계자가 누나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한 것이 국제 이슈화 되는 등의 문제로 한동안 일본을 방문하지 않았다. 

전환점이 된 것은 1995년 지휘자로서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일본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대단한 환대와 호평을 받은 이후 1998년 일본 교향악단 가운데 처음으로 NHK 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본 클래식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에서 ‘일본 지휘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오자와 세이지의 인기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