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숨진 난민’ 쿠르디 1주기… “아이들 살아올 것 같아”

입력 2016-09-02 09:35 수정 2016-09-04 11:18

지난해 9월 2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한 장의 사진이 보도됐다. 그리스를 바라보는 터키 해안가에 머리가 모래에 파묻힌 채 숨진 3세 아이의 사진이었다. 시리아 출신 에일란 쿠르디였다. 쿠르디는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다 지중해에서 배가 전복돼 엄마, 형과 함께 익사했다.

에일란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는 가족의 시신을 고국에 묻기 위해 다시 시리아로 돌아갔다. 압둘라가 부인과 아이들이 숨진지 1년이 지나 입을 열었다.

에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가 지난해 아이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괴로워하는 모습.
현재 이라크 북부에 살고 있는 압둘라는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아직도 매일 숨진 가족 생각만 한다”며 “사망 1주기가 되니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갑자기 아이들이 살아나 함께 지내고, 옆에서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런데 그럴 수 없어 슬플 따름”이라고 말했다.

압둘라는 “에일란이 숨졌을 때 전 세계가 난민을 돕겠다고 앞다퉈 나섰다”면서 “그런데 오래 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난민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고 했다. 또 “시리아 내전도 더 격해지고 떠나는 사람도 더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수천명이 유럽에 가려고 배를 탔다가 지중해에서 익사했다.

압둘라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나서 전쟁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내전이 끝나야 사람들이 고국에 돌아와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