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의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 격분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밤 중 정 의장실을 찾아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국회 본청에서 대기하던 새누리당 의원 70여명은 오후 10시50분쯤 선수 구분 없이 의장실로 향했다. 의원들은 의장실 경호원들이 가로막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선교 의원은 이 과정에서 경호원의 멱살을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의장실에는 정 의장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본회의 개회를 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의장실 문 밖으로는 흥분한 의원들의 고성과 욕설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의장실 내 책상을 치고 물건을 던지는 소리도 들렸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정 의장을 둘러싼 채 거세게 항의했다.
김성태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를 뭘로 보느냐. 잘못했으면 사과를 하고 사퇴하라”며 “의장은 당적이 없기 때문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하신 분이 왜 이러느냐”고 소리쳤다. 박대출 의원도 “저희는 오늘 의장님 말씀을 용납할 수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늘의 파행은 국회의장이 원인을 제공했으니 최소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의원들이 헌법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장우 의원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길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던 정 의장은 결국 “여러분 지금 예의를 넘었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냐”고 반발했다. 이어 “여러분께 여러분 말씀드렸다. 이런 상태로는 대화를 할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자제를 요구했다.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된 후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의장이 추경안 처리를 시급하게 생각한다면 의사봉을 부의장에게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장은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말만 할 뿐 사과나 유감표명도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의원들은 자정 넘은 시각까지 정 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의장실에 머물렀다.
최승욱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