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청년들이 테러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500유로(약 63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나눠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탈리아 정부가 이달 중순부터 50만명에 달하는 18세 청년에게 문화상품권을 나눠주는 ‘문화 보너스’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유럽연합(EU) 소속 18세 청년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는다. 출신지와 종교에 관계없이 지급된다.
상품권은 박물관 무료 입장, 콘서트‧영화표 구입에 쓸 수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상품권 발급에 예산 3억 유로(약 3751억원)를 투입한다.
청년 실업률이 35%가 넘는 이탈리아는 청년들이 극단주의 세력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해 이번 제도를 마련했다. 세계 각국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 가담한 상당수는 자국에 불만을 품은 18세 이하의 젊은이다.
이 제도를 담당하는 토마소 나니치니 정무차관은 “개인의 풍요뿐만 아니라 결속력 있는 사회 문화를 청년에게 상기시켜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테오 렌치 총리도 지난해 파리테러 이후 ‘문화전쟁’을 선포하며 “무력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극단주의자를 배격하겠다. 그들이 테러를 계획하면 우리는 문화로 답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른 유럽 국가도 이탈리아와 비슷한 제도를 시도하거나 시행 중이다. 영국은 급진화 위험이 있는 청년에게 사회적 도움을 제공하는 ‘채널 프로그램’을 도입하려 했으나 영국 내 무슬림의 반발에 부딪혔다. 프랑스는 이미 학생에게 파리의 공영박물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상품권 발급 제도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반테러리즘 전문가들은 여태까지 시행된 급진화 예방책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특보는 “테러리즘에는 어떤 접근이 가장 좋은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특정 계층을 낙인찍고 거부하는 감시체계보다 훨씬 더 좋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