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낙하산 인사에게 국내 핵심 은행 맡길 수 없다”

입력 2016-09-01 20:37 수정 2016-09-01 21:19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1일 성명을 내고 “KB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 낙하산 인사가 은행장으로 올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며 “은행장 자리를 권력의 힘으로 꿰차려는 것은 금융산업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장에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고,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하 성명 전문. 


KB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 낙하산 인사가 행장으로 올 것이라는 관측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거론된다. 박근혜 정권 관치금융의 핵심 몸통들을 한꺼번에 낙하산 은행장으로 내려보낸다는 소문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현기환 전 수석이 KB국민은행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문은 단 한 순간도 끊어진 적이 없다. 지난 4월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KB국민은행 감사로 내려 보내려 했던 배후가 현 전 수석이었다는 것도 금융권에서는 정설이다. 무엇보다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 호위무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며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물어뜯었던 짧디짧은 단견(短見)의 행동대장이 국내 최대 은행장 자리를 권력의 힘으로 꿰차려는 것은 금융산업 전체를 욕보이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정 전 부위원장도 다를 바 없다. 박근혜 정권 출범과 함께 그가 금융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재임 시절 정치권 연줄을 뒷배로 잡고 금융위를 흔드는 통에 ‘위원장 위의 부위원장’이라는 평가가 파다했고, KB금융지주 회장과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 여러 금융권 인사에 마당발 압력을 행사하면서 금융기관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았다. 결국 지난 총선에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하면서 정치 욕심을 드러냈지만, 실제로는 뒷배가 시원찮았는지 탈락하고 친정인 금융연구원에 은둔 중이던 인물이다. 이런 악질 중의 악질 낙하산 인사가 기업은행장이 된다면 중소기업 정책금융의 핵심 금융기관이자 시중은행과도 충분히 겨룰 만큼 건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기업은행을 하루아침에 망쳐버리게 될 것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지 오늘로 딱 한 달이 넘었다. 일반 회사에 비해 가히 엽기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낙후된 금융회사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특히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 정책 수립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전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법에 규정된 이사회의 권한을 유령 취급하며 낙하산 행장이 거론되는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금융기관을 청와대 자회사 취급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온몸으로 충성했던 박근혜 정권의 임기 말이 다가오자 마지막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고 악다구니를 쓰는 관치금융 핵심 원흉들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이 낙하산 시도가 사실이라면 금융노조는 즉각 이들을 주저앉혀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평생을 썩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다. 9·23 총파업 총력투쟁으로 아무 저항 없이 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 말라. 이 낙하산 저지투쟁만큼은 금융산업의 원수를 축출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