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흡연 갈등 모범답안 나왔다… '아름다운 손편지' 화제

입력 2016-09-02 00:01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못지않게 이웃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담배연기인데요. 최근 아래 위층 간 불화를 넘어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발생하곤 합니다. 하지만 서로 조금만 존중하고 배려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이를 슬기롭게 해결한 모범답안이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모범답안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습니다. 1층에 거주하는 주민이 담배를 피우는 이웃에게 보내는 부탁과 이에 대한 흡연자의 답변이 담겨있는데요. 두 장의 손편지에는 가시 가득한 독설이나 보복을 담은 엄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정중하고 예의있는 부탁과 가슴에서 나오는 사과가 담겨있습니다.

먼저 담배연기로 고통받는 1층 주민의 글은 이렇습니다.

“안녕하세요.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이렇게 글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저희라인에 가족들을 생각해 귀찮음을 감내하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밖에서 담배를 피우시고 올라 가시는
멋진 아빠들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름내내 너무 더워 창문 닫고 에어컨으로 버티며 살다가
이제 좀 선선하여 창문 열고 살겠구나 했는데.. ㅠㅠ
바람을 타고 담배 냄새가 같이 들어옵니다.. ㅠㅠ
밖에 나와 태우시는 것에 뭐라 말씀드리기에도 죄송스럽지만
바로 앞이 창문임을 양해해 주시고 조금만 더 돌아나가
경비실 쪽 공토에서 태워 주십사 바라면 너무 큰 바람일까요..ㅠㅠ
제발 부탁드립니다. 맘 놓고 창문 열과 환기 시키고 싶어요
1층 세대 올림..."

이보다 정중한 부탁이 있을까요? 흡연자들을 탓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시종일관 ‘멋진 아빠’들의 배려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본 벽보는 일정기간 후 제가 떼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양해도 잊지 않았습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있지요. 
흡연자의 답변도 눈길을 끕니다.

1층 세대분들에게
많이 힘드셨을텐데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모든 가족들이 웃으면서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담배 좋아하는 아저씨

각박한 세태에 이웃 간의 정이 사라졌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옵니다. 이웃 때문에 화나고 짜증날 때 이 손편지를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