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이 개인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서경배 과학재단’을 설립하고 생명과학 분야 신진 과학자 육성에 나선다. 성과 위주 연구보다는 기초 과학을 탄탄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취지다. 서 회장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경배 과학재단 출범식’에서 재단 설립이 “오랜 시간 품어왔던 꿈”이라고 소개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익 연구를 지원해 기초 과학 중에서도 생명 과학 발전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매년 3~5명의 신진 기초과학 연구자를 선발해 과제당 5년간 최대 25억원을 지원하고 우수연구자는 추가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서 회장은 개인 보유 주식 3000억원 가량을 재단 출연금으로 내놨다.
그는 ‘천외유천(天外有天)’이라는 표현을 쓰며 “우리가 보는 하늘 밖에도 무궁히 열린 세계가 있다”며 “신진 과학자들이 무한한 꿈을 꾸면서 특이성과 독창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과학의 힘’을 통해 다시 일어났던 경험이 계기가 돼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90년대 중반 회사 제품도 안 팔리고 앞길이 캄캄했었다”며 “수 백 번 실험 끝에 탄생한 ‘아이오페 레티놀 2500’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과학 기술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와 무관한 연구를 지원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회사 자체적으로 매년 예산 3% 가량을 연구비로 쓰고 있는 만큼 회사 사업과 연관짓지 않고 순수 과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10여년 전부터 과학재단을 구상하며 해외 유명 연구소들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