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기단, “40억 유산 상속자의 후견인이 돼 달라”

입력 2016-09-01 15:42

40억원을 물려받은 상속자의 후견인이 돼달라고 속여 수천만원을 뜯어낸 아프리카 국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유산 40억원을 국내로 들여오겠다며 인터넷에서 만난 김모(74)씨를 속여 67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나이지리아인 E씨(34)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카메룬인 M(30)씨는 E씨를 도와 김씨에게 가로챈 돈을 인출하려고 한 혐의로 구속됐다.
 E씨는 2014년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15차례에 걸쳐 6700만원을 가로챈 뒤 7000달러를 더 가로채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E씨는 2011년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데이비드 아모로쉬의 재산을 관리해줄 후견인을 찾는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 세계에 퍼트렸다. 이메일을 받은 김씨는 E씨에게 돕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E씨는 마침 데이비드가 신학교가 많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어 한다며 김씨를 꾀었다.
 E씨는 2014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유산을 들여오는 데 운반 및 관리비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댔다.
 E씨는 지난 4월 우리나라로 직접 들어와 김씨에게 접근했다. 그는 두 달 뒤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났다. 당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A씨는 자신을 코트디부아르 대사관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신분까지 속인 E씨는 김씨에게 7000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이날 이상한 낌새를 느낀 김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E씨와 M씨는 덜미를 잡혔다.
 M씨는 김씨에게 가로챈 돈을 계좌에서 인출하는 일을 맡았다. E씨와는 3년 전에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태양의 후예’ ‘마담 앙트완’ 등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경찰은 M씨 집에서 가짜 돈뭉치와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프린트 등을 적발한 뒤 다른 죄가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M씨가 가짜 돈뭉치 사진을 보내 김씨를 속인 것으로 보인다”며 “E씨 일당이 서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한 국제금융사기 조직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