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1일 오전 2시30분쯤 수도권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김모(57) 부장판사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전날 오전 9시부터 17시간 넘게 조사 받던 중이었다. 검찰관계자는 "김 부장판사가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이어지면서 불가피하게 긴급체포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고 유리하게 재판을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의 법조 브로커 역할을 한 성형외과 의사 이모(52·구속)씨를 통해 '구명 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이씨 등과 베트남 여행을 함께 다녀올 정도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김 부장판사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하는 미인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것을 놓고 정 전 대표와의 유착설이 돌기도 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와의 친분에도 회피나 재배당 신청 없이 맡은 네이처리퍼블릭 관련 재판 3건을 주목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9~11월 정 전 대표가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만들어 유통한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법 위반 소송 3건을 맡았다. 일부 피고인에게는 1심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정 전 대표의 '엄벌 로비'가 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2014년 정 전 대표 소유의 외제 SUV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당시 시세보다 싼 5000만원을 주고 샀다가, 2015년 말 가족 명의 계좌를 통해 구입 대금을 돌려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금품 수수 등은 재판 청탁의 대가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부의금 명목으로 정 전 대표 측이 발행한 100만원권 수표 5~6장을 받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금품수수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지속적인 의혹 제기로 정상적 재판업무 수행이 곤란하다"며 휴직을 신청했다.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에게 6개월 휴직 발령을 내렸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검찰, '정운호 금품 수수' 의혹 현직 판사 긴급 체포
입력 2016-09-01 08:31 수정 2016-09-01 08:32